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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소년의 참혹한 1차대전 체험기

블리자드 오브소울(Blizzard of Souls)

‘블리자드 오브소울’은 처절한 죽음과 시신들 속에서 라트비아의 한 소년이 운명적으로 겪어야 했던 1차 세계대전의 참혹상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다. [Film Movement]

‘블리자드 오브소울’은 처절한 죽음과 시신들 속에서 라트비아의 한 소년이 운명적으로 겪어야 했던 1차 세계대전의 참혹상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다. [Film Movement]

우리에게 생소한 북유럽의 작은 나라 라트비아는 1차 세계대전 동안 인구가 거의 반으로 줄었다. ‘블리자드 오브소울’은 한 나라가 전쟁으로 인하여 겪은 아픔을 토대로 한 편의 역사극이다. 2020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올랐던 ‘1917’처럼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웰메이드 전쟁 드라마.

라트비아는 1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가 독일에 패하자 191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와 함께(발트 3국) 러시아에 다시 합병되었다가 1991년 현재의 라트비아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영화 ‘블리자드 오브소울’은 작가 알렉산더스그린스의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육군 장교로 전쟁에 참가했던그린스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와 1920년부터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자신이 경험했던 전쟁을 소설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1934년 소설이 완성되어 발간되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라트비아는 소련에 또다시 점령당하고 그린스는 체포되어 러시아에서 감옥생활을 하다 총살을 당한다. 그의 유일한 소설 ‘블리자드 오브소울’은 소련이 붕괴하는 시점까지 내내 금서로 지정되어 지하에 묻혀 있었다.



영화를 연출한 진타르스드레이베르크스는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온 감독이다. 그래서인지 ‘블리자드 오브소울’은 다른 전쟁영화들처럼 ‘비현실적’이지 않다. 빗살처럼 날아드는 총탄에 몸을 피해 가는 주인공도 없고 아군의 승리가 담보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긴장감이 넘치는 영화, 처절한 죽음과 시신들 속에서 한 소년이 운명적으로 겪어야 했던 1차 세계대전의 참혹상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져 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독일군은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라트비아의 영토까지 다다른다. 아르투르스바낙스는 독일군의 총에 엄마를 잃는다. 침대 밑에 숨어 있다 참사를 당한 그는 자신만 목숨을 건졌다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아르투르스와 형, 아버지와 함께 러시아군의 징집에 응한다. 17살 생일을 두 달 남겨둔 채 아르투르스는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총탄 속으로 향한다. 자신의 나라를 당당하게 ‘라트비아’라 부르지 못했던 소년은 간신히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그러나 귀향을 눈앞에 둔 그에게 또 다른 비극이 찾아온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한 인물을 쫓아가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샘 멘데스 감독의 ‘1917’과 비교된다. 영국군과 독일군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참호전 양상의 전쟁을 다루었던 ‘1917’의 전쟁 장면들과는 사뭇 다르다. 군대가 이동하는 동선을 쫓아가며 러시아의 다양한 지형들이 등장한다.

자욱한 안개 속에 지나가는 전쟁의 위기감, 적군인지 아군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전쟁의 참혹한 리얼리티, 칼과 총보다 무서웠던 악명의 가스 살포 등이 이어진다. 살인 추위 속 휘날리는 눈 속에서 치러야 하는 ‘하얀 전투’의 역설적 영상미, 그러나 인간 존재를 한없이 타락시키는 전쟁의 비정함, 그리고 비극이 오랜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다.

라트비아 영화로서는 최초로 2021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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