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유방암, 다른 암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유방암환자 서포트 그룹 '샤인'
12년째 정기모임 통해 정보교환하면서
'함께'라는 위안갖고 서로에게 힘되어 줘

매달 두번째 목요일 오후 2시가 되면 6가와 루카스(Lucas)에 위치한 굿사마리탄 병원 암서비스 센터 6층 미팅룸에서 유방암환자 서포트 그룹인 '샤인(Shine, 밝은 희망이란 뜻)'의 정기모임이 열린다. 올해로 12년째. 6월에도 지난 14일(목), 캐서린 김회장(55)을 중심으로 환우들이 모였다. 이날 초대손님으로 20여년 전에 부인이 유방암진단을 받았던 정균희 정신과전문의가 참석해 유방암 환자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우울증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한인사회에서 처음으로 유방암 환자 서포트 그룹을 시작한 김회장과 정균희 정신과전문의에게 '샤인'과 유방암 환자 그리고 가족들의 힘든 점들을 물어 보았다.



-'샤인'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캐서린 김)내 나이 40세인 2003년에 가족과 유럽여행을 하던 중 샤워하다가 왼쪽 가슴에 몽오리같은 것이 손에 잡혔다. 당시 나는 유방암 자가진단법을 배워 한 달에 한 번씩 하곤했는데 한 달 전만해도 없었던 것이 만져졌던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와 조직검사를 했고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았다. 남편은 물론 12살 아들,10살 딸도 충격이었는데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가족들의 반응이었다. 나중에 UCLA를 비롯한 미국 유방암환자 서포트그룹을 통해 왜 착하던 아들이 나에게 화를 내면서 못되게 행동했는지, 딸은 반대로 너무 조용했는지 그리고 의사(신경내과전문의)인 남편은 나만 보면 울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것이 환자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모두 다른 반응이었지만 '엄마가 암에 걸려서 나는 너무 무서워. 엄마가 암으로 죽을까봐 겁이 나서 죽겠어'라는 외침이란 걸 알게 되면서 나 역시 그들에게 '엄마는 괜찮아. 잘 이겨나갈테니 당분간 엄마가 울었다 웃었다 하는 것을 가족들이 이해해 주길 바라'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나를 아주 편하게 만들었다. 많은 한인 아내와 엄마들은 자신이 암에 걸렸는데도 남편과 자녀 기분에 더 많이 신경을 쓰게 되는데 서포트그룹에서는 가족과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도록 도와준다. 나는 부분절제 후 완전절제수술, 복원수술 그리고 4차례 힘겨운 항암치료를 받고 2006년에 조금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그때 결심이 '내가 미국 서포트그룹을 통해 받았던 많은 도움을 한인여성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 이제까지 '샤인'에 도움을 받은 사람은 몇 명 정도되나.

"(김)240여명 되는데 처음에는 전화를 울면서 걸어 온다. 그 막막한 심정을 나 역시 거쳤기 때문에 '지금은 하늘이 노랗게 보이지만 함께 필요한 것을 풀어가면 기분이 훨씬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실제로 한 시간 또는 두 시간 전화로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대로 된다. 그리고 매달 정기모임에 나와 보고는 '나 혼자가 아니다'는 걸 직접 알게 되면서 막막하던 것들이 하나씩 정리가 된다. 서로의 심정을 나누면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위안과 앞으로 어떤 마음 가짐으로, 어떻게 가족들(특히 남편과 자녀들)을 대할 것인지, 치료는 어떤 것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부분절제 아니면 완전절제? 복원수술은 할 것인지 등) 스스로 암을 다스리는 자리에 서있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환자 서포트 그룹이 해주는 가장 큰 도움이다."

- 특히 유방암 환자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정)얼마 전 가족모임에서 손자들이 할머니를 보고 '원 브레스트(one breast)'라고 말하자 아내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숨겨야 하는 병이 아니라 아이들도 이해하는 암이 되었다. 유방암 환자들이 다른 암환자보다 더 민감해지는 것은 가슴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매우 개인적인(private) 부분이기 때문에 특히 남편을 비롯해 주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상처를 입고, 우울해지기 쉽다. 나는 이런 환자들에게 '암이 안 걸려도 누구나 죽는다. 유방암은 요즘은 치료가 되는 병이고 수명대로 살 수 있다. 유방암보다 심장마비가 더 빨리 목숨을 위협받는다'고 말해준다. 사고의 범위를 조금 넓히라는 뜻이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서도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정신적인 위축감이 아닐까 싶다. 회원 중에 남편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인터넷도 영향을 준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는데 나는 왜 이 모습으로 이렇게 집안에 있어야 할까' 하는 상대적인 비교가 우울하게 만든다. 또 치료가 되었다고 해도 항상 불안하다.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재발은 아닌지' 금방 무서워진다. 그래서 '인터넷 보지 말 것. 누가 유방암 치료가 되었다고 그 방법을 알려주면 피할 것'을 당부하곤 한다. 쌍둥이 자매가 같이 유방암에 걸려도 각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 바로 유방암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 케이스는 도움이 안된다.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유방암 환자 중에 실제로 우울증이 많은가.

"(정)유방암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다고는 말할 수 없다. 우울증은 정신과적인 병으로 유전성이 많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에 우울증에 걸렸다면 이미 DNA를 갖고 있다가 유방암이 하나의 트리거(trigger, 발병의 자극제)가 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유방암과 우울증(또는 조울증)을 꼭 연결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볼 때 반드시 유방암 진단 뿐 아니라 사업을 비롯해 원치않은 힘든 일이 다가왔을 때 인간은 누구나 기분이 다운(down)된다. 이것이 정상적인 반응의 무드(정서)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났을 때 보통 정서적으로 겪는 '애도의 단계'를 지난 후에야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 온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도 충격-부인-분노(왜 내가)-포기-받아들임 등의 정서적인 과정을 겪는 것이 정상이다. 굳이 '내가 우울증에 걸렸구나'하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슬플 때 울었다가 기분 좋으면 웃는 감정의 기폭은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걸 말해 준다.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내가 왜 이러나'하면서 굳이 분석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흘러가게 놓아둘 것(Let it be!). 유방암은 '죽을 암'이 아니라 치료받을 수 있는 '암'임을 잊지 말고 밝은 쪽을 항상 바라 볼 것.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희망을 갖고 모두 잘 이겨내시길 바란다. 가족들도 환자의 감정변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하면서 배려할 것."

"(김)유방암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혼자 무서워하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올 것. '샤인'과 같은 비영리 목적의 환자 서포트 그룹을 찾아와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받을 것. 진단받자마자 서포트 그룹을 찾을 것. 몰라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무엇보다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찾아와서 유방암환자로서 겪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부딪히는 일상의 문제들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랄 뿐이다.

▶문의:(323)229-2725(캐서린 김)


김인순 객원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