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버리고 태양 선택한 원자력 발전소
랜초 세코 폐원전 (Rancho Seco)
폐원전을 옆으로 돌아 들어가면 인공호수가 보이고 낚시터 등 위락시설과 캠핑장이 나온다. 마침 휴일이라서 그런지 많은 인파가 몰려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랜초 세코 폐원전은 지난 2009년 해체와 정화작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미국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없어 핵연료봉 493개를 발전소에 건식저장하고 연간 600만 달러를 들여 방사능 수치를 감시하면서 24시간 관리하고 있다. SMUD는 랜초 세코 원전 폐기 후 태양광 발전단지와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했다. 폐쇄된 원자력발전소, 가스발전소, 태양광발전소가 한 곳에 들어서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핵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75년 새크라멘토 유니언지 이경원 기자의 랜초 세코 원전 비리 고발 기사였다. 1974년 말 이경원 기자가 랜초 세코 원자력 발전소의 한 직원으로부터 제보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랜초 세코 발전소의 고위 임원들이 발전소 자재를 빼돌려 자신들의 집을 짓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1974년부터 원전을 가동했지만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다. 원자력발전소가 처음 건설될 당시는 오염이 거의 없고 비용도 적게 드는 꿈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지만 1970년대 들어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했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쓰리 마일 아일랜드 원전사고'가 터지고 10만 여명의 주민들이 대피하는 장면이 생중계됐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던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였기에 미국민들의 충격은 컸다.
그리고 1986년 4월 26일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참사가 일어났다. 원전 사고 공포에 주민들이 나서서 랜초 세코 원전 폐쇄 주민투표를 발의했다. 1989년 6월6일 주민투표에서 53.4%가 폐쇄에 동의해 바로 다음날 폐쇄가 선언 됐다. 랜초 세코 원전은 가동한 지 15년만인 1989년 영구 폐쇄됐다.
핵 발전소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1킬로와트당 1센트씩 전기요금을 더 내서 충당하고 있다. 새크라멘토 시민들의 핵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데에는 이경원 기자의 역할이 컸다.
한국의 현정부는 탈원전의 기치를 내걸었다. 탈원전을 반대하는 측은 전기요금 폭탄은 필연적이며 앞당겨질 원전 시대의 종말과 해외 원전 포기는 국가적 자해 행위라고 주장한다. 현정부의 탈원전은 어설픈 '대선 공약'이었을 뿐이라는 것.
하지만 그린피스와 한국환경운동연합이 밝히는 한국의 원전실태는 충격적이다. 전 세계 원전 밀집도 1위, 원전 30km 반경 내 인구수 세계 1위다. 한국에 있는 25기의 원전은 고리 7기, 월성 6기, 한울 6기, 한빛 원전단지에 6기가 집중되어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초대형 원전 단지 11개 중 1/3 이상이 한국에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한국은 세계 유일 초대형 원전 단지 국가다. 한국의 초대형 원전 단지 주변 30km 내 인구 밀집도는 전 세계 최고다.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사고 지점 30km 내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체르노빌, 후쿠시마도 피난구역을 30km로 설정했다. 고리 원전 인근 30km 내에는 부산, 울산, 양산 등에 380만 명이 살고 있고 부산항, 울산 현대 조선소, 현대자동차, 울산 석유화학단지, 해운대 등 한국 경제 핵심 시설들이 위치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당시 30km 반경 내 인구 17만 명과 비교하면 고리는 후쿠시마의 무려 22배다.
세상에 완벽한 기술은 없다. 원전의 재앙을 염려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크라멘토 랜초 세코 원전의 선택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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