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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마음을 비우는 지혜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5/14 종교 26면 기사입력 2019/05/13 19:42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더 이상 불가 수행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나,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에게 선생님이나 코치들이 흔히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이 모두 불자여서일까. 실제 효력이 있음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라'는 말은 '욕심을 버리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될 만큼, 비워야 할 마음은 주로 욕심을 의미한다.

부처님께서는 "의욕이 없고 게으른 것이 안분이 아니요, 순서를 바르게 잡아 태연히 행하는 것이 안분이니, 자기의 정도에 맞추어 전진하라"고 하셨다.

여기서 우리가 버려야할 욕심은 공(公)을 위하는 큰 욕심인 서원이 아닌, 사(私)를 위해 분수 이상으로 구하고자 하는 탐욕이다.

욕심에 끌려가게 되면 첫째, 괴롭다. 부처님께서는 우리 고통의 근본 원인을 집착이라 하셨다. 욕심은 집착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고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욕심을 항복 받아야 한다.

둘째, 패가망신은 물론이고 극하면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다. 학창시절, 출가한 수도인들에게 재물과 색(色)을 자주 경계하신 법문들을 보고 의아해 했던 적이 있다. 기위 수도를 하겠다고 나선 공부인들에게는 재물과 색에 대한 욕심 같은 '초보적인 것' 말고 좀 더 어렵고 고상한(?) 것들을 당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시 신흥 종교들 사이에서도 재와 색은 커다란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고, 오늘날에도 재물과 색에 대한 순간의 방심으로 사회 저명인사들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한평생 신앙생활과 수도를 해온 종교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욕심을 항복 받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은 결코 '초보적인 것'이 아니다.

셋째, 지혜를 가린다. 필자에게는 출가를 하고 미국까지 와 있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학창 시절 친구가 있다. 교무가 된 이후에도 고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지혜로운 친구이다. 특별히 머리가 좋거나 책을 많이 읽는 친구도 아닌데 내가 아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지혜롭다. 가만히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 친구에게는 자신에 대한 집착, 특히 욕심이 없다. 가릴 게 없으니 일과 사물을 바로 볼 수밖에 없고, 언제든 내게 적절한 조언을 해준다. 부끄럽지만 그 친구와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욕심과 집착에 가려 있는 내가 훤히 드러난다. 욕심의 구름이 걷혀야 지혜의 달이 솟아오른다는 말을 실감케 해 준 친구이다.

경전에 "탐한 욕심이 나거든 사자와 같이 무서워하라" 하셨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무심코 발한 작은 욕심이 지혜를 가리고, 어리석음에 의한 판단은 끊임없는 죄업을 초래하여 결국 영생을 그르치게 된다. 분수에 과한 욕심이 일어나는 순간을 특별히 경계하고 주의해야 하는 이유이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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