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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링' 리뷰] 로열발레단에 거는 기대

료이치 히라노와 나탈리아 오시포바의 듀엣.

료이치 히라노와 나탈리아 오시포바의 듀엣.

발레 작품에도 어린이들의 관람을 금하는 '성인용'이 있다.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프랑스 파리 오페라발레단과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영국 로열발레단이 24년 만에 들고 온 '마이어링(Mayerling)'은 말하자면 성인용 발레다.

지난 5~7일 LA뮤직센터에서 공연된 마이어링은 현대발레 안무의 최고 권위자라 해도 좋을 케네스 맥밀리언의 작품이다. 70년대 고전 발레의 전형에서 탈피, '드라마 발레'의 선구자로 떠오른 맥밀리언의 대표적 문제작 마이어링은 1978년 런던에서의 초연 이후 진한 성적 묘사, 총격과 자살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아 미성년자의 관람을 금해왔다.

발레 드라마 '마이어링'은 1889년 합스부르크 황태자의 충격적 자살 사건이라는 역사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루돌프 왕자는 황태자로서 황실과 대신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부담감으로 인하여 정신병을 심하게 앓았다. 그는 결혼 후에도 여러 명의 여자들과 유희를 즐겼고 방종과 마약에 의지하며 살다가 17세의 어린 소녀 마리 베체라와 함께 권총 자살로 31세에 생을 마감한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마이어링'은 발레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기록된다. 에로스적 사랑을 집중 묘사함은 물론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를 동경하는 무거운 주제들이 등장한다. 꿈과 사랑 등 낭만주의적 소재에 익숙한 장르에 죽음과 자살은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시도였다. 그러나 맥밀리언은 발레의 전통적 진부함(?)에 안주하지 않고 창작자의 영감을 발휘, 전대미문의 발레 드라마를 만들었다. 아울러 새로움을 추구에 진취적이지 못했던 로열발레단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LA공연에서는 볼쇼이 수석을 거쳐 2011년 로열발레단으로 적을 옮긴 나탈리아 오시포바에 자연 이목이 집중됐다. 그녀는 풍부한 연기력과 고난도의 테크닉으로 현존 최고의 발레리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33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7세 소녀 베체라의 역을 잘 소화해냈다.

마이얼링은 무엇보다도 루돌프 황태자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둔 드라마이다. 루돌프는 작품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여 극을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 소모를 요구하는 캐릭터이다. 이번 LA에서의 3회 공연에는 각기 다른 수석 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2016년 로열발레단 수석에 오른 료이치 히라노는 오시포바와 조를 이루어 당당히 오프닝 공연에 올랐다. 루돌프 황태자의 오랜 단골이며 부동의 수석이던 에드워드 왓슨의 부상으로 인해 대타로 들어선 료이치는 2013/14 시즌 한국인 솔로이스트 최유희와 함께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오로라 공주·필립 왕자로 조를 이루었던 일본 출신의 무용수이다.

로열발레학교 출신의 매튜 볼은 피날레 무대에 올라 정신분열적 증세를 보이는 루돌프의 캐릭터를 인상깊게 연기해냈다. 죽음과 현실을 오가며 자살로 이어지는 자포자기와 극한의 절망이 그의 연기에 잘 표현되어 있다.

로열발레단은 이번 주말 컨템포라리 댄스 콜라보 'ADES & MCGREGOR: A DANCE COLLABORATION'을 무대에 올린다.


이병임·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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