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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ㆍ샌 미겔 시장…마드리드로 간다

루벤스ㆍ고야 등 거장의 걸작
전통과 현대 아우른 시장 정취
스페인의 심장…볼거리 풍성해

그의 고장 라만차를 건너 뛰고 마드리드에서 돈키호테를 만났다. 시종 판초, 그리고 그를 세상에 존재케 한 소설가 세르반테스와 함께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그의 고장 라만차를 건너 뛰고 마드리드에서 돈키호테를 만났다. 시종 판초, 그리고 그를 세상에 존재케 한 소설가 세르반테스와 함께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작정했던 시간에서 5분이 지났다. 오후 6시 5분, 무료 입장이 시작된 지 5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문 닫기까지는 2시간이 채 남지 않은 셈. 시간에 대느라 서두르다 GPS 신호가 꺼지는 시내 지하차도에서 얼마나 헤맸는지 진땀이 다났을 지경이었다. 서둘러 안내창구에 가니, 한글로 된 안내지가 반갑다. 친절하게도 2시간 내에 꼭 봐야 할 거장의 작품들이 꼼꼼하게 망라돼 있다.

이곳은 주변의 유명 관광지들에 밀려 있는 마드리드를 관광지로 거듭나게 해 준 프라도 미술관이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힌다. 히에로니무스 보스(엘 보스코)의 쾌락의 정원,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위시한 당대 최고의 걸작들이 수두룩하다.

제대로 감상하자면 며칠이어도 모자랄 일이지만 여행자의 여정이 원래 그런게 아니던가. 중요한 곳을 빠뜨리기도 하고, 정작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뺏기기도 하고… 마드리드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이곳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6시부터 문닫는 8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그리고 박물관의 날인 11월 19일은 하루 종일 무료다.

1층의 몇몇 작품들을 건성으로 일별한 뒤 2층의 어느 전시실로 종종걸음으로 내달렸다. 10년간의 트로이 전쟁 발발의 도화선이자 복선이 되는 작품이 거기 있으니. 루벤스의 대작 '파리스의 심판', 학창 시절 미술책에서 대면했던 이 작품은 수십 년이 지나서도 나를 이곳으로 이끌게 했다.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접한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신화였겠지.



드디어 작품과 마주하고 섰는데, 이럴 수가.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큰 대작일 줄을. 가로의 크기가 379cm, 세로가 199cm. 벽 한면을 가득 채우는 데도 화폭 가득한 광채는 넋이 나갈 정도다. 발길을 재촉해 고야의 걸작 '마하 부인'을 만나러 갔다. 우리에겐 '마야' 부인으로 알려졌지만, 현지어로는 마하가 옳다. 옷 벗은 마하와 옷 입은 마하를 거쳐 만나보기를 오랫동안 소원했던 고야의 사투르누스를 마주하고 섰다. 저주가 두려워 제 자식을 먹는 것이 숙명인 크로노스의 섬뜩한 광기와 두려움이 화폭 가득 전해져 온다.

스페인의 국민 음식 타파스.

스페인의 국민 음식 타파스.

서둘렀던 2시간이 지나 밖으로 나오니, 아직 여름의 잔광이 남아 있다. 전통적인 재래시장에서 관광 필수 코스에 오른 산 미겔 시장으로 갔다. 올해로 개관 200주년을 맞는 프라도 미술관과 세계적인 축구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더불어 이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보고 싶어하는 3대 명물로 꼽히는 샌 미겔 시장은 투명하고 커다란 통유리가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철골조 건물로 그 외관만으로도 아름답기 그지 없다. 1916년부터 운영돼 왔던 이 시장은 세계화와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문을 닫게 됐는데, 시 당국이 아이디어 공모에 붙여 개인 투자자들의 아이디어가 선정돼 2003년 소유권이 이관됐다. 2009년 새롭게 문을 연 이 시장에 매일 만 명 이상이 몰리고 있다. 연간 방문자 수가 4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여유있는 여행자 모드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는데, 스페인이 자랑하는 돼지고기 넓적다리 햄 하몽이 주렁주렁 매달린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장시간 훈제시켜 말린 하몽은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통로에는 빵 조각 위에 다양한 음식을 올린 타파스를 이것저것 종이 접시에 담아든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개당 1.50 유로에서 2유로 정도니 부담도 없다.

이튿날, 스페인의 중심이자 마드리드의 상징인 푸에르타 델 솔 광장으로 갔다. '태양의 문'이란 이름 대신에 솔 광장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스페인의 모든 도로가 시작된다.

이곳의 상징인 곰 동상이 자리한 한복판에 이르니,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북적대는 인파를 헤치고 왕궁으로 길을 잡았다. 걸어서 10분 거리라니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전 세계를 주름잡던 강국 스페인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곳이라지만 입장권을 구할 수 없으니, 아쉽지만 외관만 둘러 볼 수밖에.

왕궁을 일별하고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걸어서 10분 거리니 당연히 들러야 할 곳이다. 이곳 말고도 스페인을 비롯해서 로마에도 있어서 헷갈리게 하는 이 광장은 다른 도시의 그것과는 달리 다소 소박하다. 웅장한 궁전도 없고, 화려한 정원도 없다. 단지 이곳에만 있는 건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 기념비다.

1616년 마드리드에서 사망한 세르반테스의 사후 3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것으로 애마 로시난테를 탄 돈키호테와 판초의 청동상 뒤로 세르반테스의 석상이 자리하고 있다.

해거름 무렵 마드리드의 최고 번화가인 그랑비아 거리에 섰다. 마치 뉴욕의 그것처럼 화려하지만 눈길은 건성으로 훑는다. 일단 목이 마르니 갈증부터 가셔야겠다. 스페인의 전통음료 샹그리아가 간절하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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