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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세상만사는 ‘일체유심조’

“신은 한 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을 열어 주신다
코로나로 앞이 막히면 열린 데가 있을 것이다.”

지난 8개월여를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워 마켓 가는 것 말고는 최대한 바깥 출입을 자제하며, 그야말로 집콕하고 지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점심시간에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글쓰기 동호회 모임이 있어 큰 맘먹고 외출을 했다. 한산하리라고 생각했던 식당 주차장에 사람들이 바글거려 놀랐다. 알고 보니 식당이 영업 제한으로 실내를 폐쇄하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주차장 한 쪽에다 차양을 치고 테이블을 놓고 손님을 맞고 있었던 거였다.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식당을 자유롭게 드나 들었나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날 모인 우리 일행들 얘기를 들으니 자기들은 외출도 하고 할 일은 하며 지냈다고 한다. 나같은 겁보만 코로나바이러스에 쫄아서 꼼짝 못하고 집에 있었나 보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밥도 함께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하다 보니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즐거웠다. 하지만 한 테이블에 대여섯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게 좀 불안하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서 밤에 자리에 누우니 왠지 목이 간질거리고 기침도 나오고 해서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2주간은 지나야 감염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데 그동안 불안해서 어떻게 지내나 걱정을 하며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설쳤다.

이튿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내 상태를 설명하니 “그게 바로 코로나 노이로제야. 걱정하지 마”라면서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2주가 다 지나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간 마음 고생 좀 했다.



대학 재학시절 밀턴의 ‘실낙원’을 강의하던 교수님이 한 말씀이 떠오른다. 하나님을 반역한 천사장 루시퍼가 지옥으로 추방당했다. 체면 구긴 루시퍼는 그와 함께 지옥으로 떨어진 부하 천사들에게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옥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고, 천국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큰소리 쳤는데 그게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말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일체유심조란 말은 불교 화엄경의 중심사상으로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또는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 내는 것이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평소 만성위염으로 고생을 하셨는데 그 병이 마음에서 온 병인지는 모르겠으나 꼭 서울대 병원 홍 박사가 진찰하고 홍 박사가 처방한 약을 복용해야만 증상이 호전됐었다. 다른 의사는 소용이 업었다. 그 홍 박사에게 처방약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냥 설탕물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소위 위약 효과, 즉 플라시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홍 박사를 믿는 마음 하나가 병을 낫게 한 것이다 이것 역시 일체유심조의 한 예이다.

아니 벌써 추운 겨울이다. 3월에 시작한 집콕 생활이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다. 모든 게 심드렁하다. 어느 날 신문에 보니 ‘사는 게 별로로 느껴지고 재미도 없고 … .’ 그러면 그게 바로 ‘코로나 블루’라고 한다.

그럼 내가 코로나 블루에 걸렸단 말인가?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내년 초께 백신이든 치료약이든 나와서 가라앉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때까지 어떻게 견뎌내야 하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에 걸리거나 더 나아가서 코로나 레드라는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아니면 끝장내는 코로나 블랙에 빠지거나 하면 어떻게 하나? 일체유심조라 하니 마음 단단히 먹고 버텨야 하겠다.

얼마 전에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잘 걸리지 않고 걸리더라도 쉽게 낫는다’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읽고 ‘나는 O 형이니 다른 혈핵형의 사람들보다 덜 걱정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 또한 내 마음을 다스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 어쨌든 코로나바이러스를 겁내지 않을 구실을 많이 찾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신(神)은 한 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을 열어 주신다’란 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앞이 막히면 달리 열린 데가 있을 것이다.

그간 집에 콕 박혀 살기는 했지만 마냥 무위도식한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방치했던 집안살림도 정리하고,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읽어보겠다며 미뤄뒀던 고전을 읽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취미대로 수필도 몇 편 썼다. 나름대로 힘든 시기를 긍정적으로 극복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건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모처럼의 글사랑 동호회 모임으로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외부 활동도 가능할 것 같다.

C. S. 루이스는 그의 저서 ‘고통의 문제’에서 “고통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신의 존재를 알게도 하고 인간을 성장시키기도 한다”고 말한다. 일체유심조라 하니 코로나 팬데믹 ‘그거 별거 아니다’ 라는 마음으로 주눅들지 말고 맞서기로 다짐하자.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잊지 말고 사람과의 거리두기 잘하고 손을 자주 씻으면 그리 무서워할 일도 아니다. 나가서 볼 일도 보고 만날 사람도 만나면서 내 생활의 주도권을 내가 쥐자. 마음먹기 따라서 지옥이 천국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건 그렇고 왕관 쓰고 숨어 다니며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빨리 너의 왕국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배광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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