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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간의 열차

기억이 옷을 입는 곳
교통사고 후의 후들거림
자주 돌아가 휘적이는 자존의 늪
거기엔 경아도 있고 철수도 있고 아이들도 엄마도 있다
밖의 풍경은 내 안의 소용돌이와는 상관없이
너울너울 초록 들판도, 나지막한 언덕들도, 한가로운 소들도,
뜬금없는 아파트들도 내어놓는다
한밤의 칠흑같은 하늘에 비현실적인 휘황한 별들


나의 정수리는 그 빛을 모두 받아버려
어설픈 깨달음의 세계로 간 것이다
지금에서야 알아진 것들
내가 받았던 대접이 너무 소홀했어서 몇번을 주저앉는다
다음이 무슨 역이라 말해준다
모두가 내릴 수 있게 적당한 시간을 내어주는데
때마다 시간을 놓쳐버린 사람들의 반복되는 휘청거림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단지 보험수가가 늘 뿐이에요
정신도 못차리는 내게 상대방은 본인 잘못은 없었다고
초라한 나의 귀에 대고 자꾸 속삭인다 네 잘못이야 네 잘못이야
엄마한테 전화하고프다 위로받고프다
주저하게 된다
그 벌판의 휘황한 별빛을 보는 게 아니었어

장마전선이 성큼 온 것일까
창은 어느새 똑똑 물방울지다가 굵은 눈물이 사방으로 번진다
너울너울 초록 들판도 나지막한 언덕들도 한가로운 소들도 아파트들도
문드러진 축축한 수채화다
터널로 들어선다
그 터널로 경아도 철수도 아이들도 엄마도 쑥 들어온다
이름을 부르며 어디고 더듬다보니 누구고 만져진다
다들 온기가 있고 언제 이 어둠이 걷힐지 기다리나보다
다같이 맞는 축축한 수채화가 아까보다 밝다
질척이는 신발과 양말을 엄마처럼 맞아줄
예전 우리집의 온돌
거기에 지친 몸뚱아리
맡기고 싶다


변정은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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