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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우리 가족은 해마다 한두 번씩 스키를 타러 레이크타호로 간다. 난 몸이 피곤해 노스스타 휴게실에서 여유를 부리며 밖을 감상했다. 일년에 몇 번씩 가지만 갈 때마다 다른 풍경이 나를 설레게 한다. 눈이 많지 않아 설경이 아름답지는 않아도 스키장이라는 이유로 활기와 역동성이 있어서 좋다.

하얀 눈 위를 스키로, 스노보드로 질주하는 사람들을 본다.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때론 가족끼리 밀어주고, 당겨주고, 가르치며 나름대로 주어진 여건과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처음 스키 타는 법을 배울 때 돈 써가며 고생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스키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할 수 없이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따라갔지만, 도통 재미도 없고 즐겁지가 않았다. 눈 위에 서 있으면 넘어질까 무서웠고, 스키 타다 넘어지면 뼈가 부러질까 두려웠다.

나비가 날아가듯이 가볍게 스키 타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즐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특히 가족끼리 아빠가 스키를 리드하면 아이들이 따라가고 마지막에 엄마가 뒤따라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했다.

이제는 처음의 무서움과 어려움은 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에겐 스키는 그다지 즐겁지 않다. 어떤 스포츠이든 여가 생활이든 본인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것이 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면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어쩌면 필수 선택 과목일 수도 있다. 스키는 나와는 맞지 않는가 보다.



오랜 신앙생활을 하면서 오락을 즐기는 것은 왠지 신앙인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기도와 묵상, 성경 공부가 선행해야만 신앙인이라고, 믿음대로 살지도 못하면서 어정쩡한 생각은 나를 묘한 기분으로 빠지게 하기도 한다.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더 쉽게, 내 즐거움과 기쁨을 위해 달려 나갔을 것이다. 그나마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말씀이 나를 주춤하게 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되었다.

몇 년 전 이곳에서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스키를 타려고 케이블카에서 내렸다. 하얀 산꼭대기 눈 위에 서 있었는데 순간, ‘왜? 난 이 자연 속에서 즐겁고 행복하지 않지? 별처럼 쏟아지는 하얀 눈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화를 보고 있는데 반짝이는 햇빛과 산등성이마다 수북이 쌓인 하얀 눈과의 기가 막힌 조화를 즐기지 못하지. 눈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감탄을 짓게 하고 적당한 바람까지 불어와 스키 타기에 최상의 조건이었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 앞에 왜 나는 어울리지 못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나 자신도 당황했다. 단지 스키를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는 것과 스키 타는 것은 별개이지 않나?

돌아보니 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나에게 그때, 그 순간, 그곳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모든 주어진 상황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지만 스포츠나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모든 순간 주어진 여건에 의미를 부여하려면 왠지 깊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느낌이다. 깊이 들어가지 말고 때론 표면 위에서 여유롭게, 가볍게 즐기는 것도 낭만이지 않나?

모든 삶에 꼭 의미가 필요할까? 삶의 유희와 기쁨과 행복은 어느 한정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움에서 오는 것이다. 때론 가볍게, 때론 무겁게 삶에 대처하는 유연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이 세계를 누릴 권리가 우리에게는 있다. 건전하고, 아름답게 누리려 삶의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살아가길.


김송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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