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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이웃이 깨어나려면 우리의 향기가 필요해

문을 열고 나서는 발걸음이 갑자기 코끝에 맴도는 향기에 저도 몰래 멈춘다. 동글한 눈송이를 닮은 하얀 알리섬(alyssum)이 무심히 지나치는 행인에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고개를 한껏 들고 향기를 내뿜고 있다. 그렇게 앞만 보던 길을 멈추니 돌아보는 주위가 목련 향기로 가득하다.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봄 처녀가 제 왔다.

옷깃을 여미게 하던 쌀쌀한 바람도 향기를 막지 못하고 다름 아닌 꽃이 겨울을 밀어낸다. 차갑다면 차갑고 어둡다면 어두웠던 겨울을 밀어낸 것은 더 센 바람도 치는 번개도 아니었다. 향기로운 꽃이 봄을 알렸다.

우상에 맞서 용감히 싸웠지만 결국 쫓기게 된 엘리야가 절망과 외로움에 빠져 "나만 남았다"고 하나님께 하소연했던 일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때 하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셨다. 산이 갈라지는 크고 강한 바람이 불고 바위가 부서졌지만 하나님은 그곳에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일어나 모든 것이 흔들렸지만 그곳에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다. 모든 것을 태울 듯한 불 속에도 계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세미한 음성 속에 계셨다. 그리고 엘리야는 다시 봄을 찾았다.

우리는 코비드만 끝나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언제 그날이 올지 한숨과 포기를 반복하며 한 꼭지를 돌아 다시 처음에 섰다. 여전히 우리는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는 기적을 기대하고 하나님께서 무언가 하실 거라는 소망을 품는다.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 소식에 우리는 민감하게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미 하나님은 세미한 음성으로 우리 곁에 계신 것이 아닌가. 불안과 외로움에 문을 걸어 잠그고 우울해져 버린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꽃이 되어 우리를 두드린다. 방에 콕콕 숨어 지내던 우리에게 이제 깨어나라고 꽃이 두드린다. 그 세미한 음성으로 우리의 겨울을 밀어내고 이제는 우리가 나와 이웃에게 꽃이 되라고 두드린다.

코비드를 밀어내는 것은 백신만이 아니다.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뿜어내는 봄꽃의 향기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은 힘이 아니라 우리로 인해 이제껏 긴 시간을 숨어지내야 했던 맑았던 공기와 깨끗했던 물 아름답던 자연을 다시 기억하고 돌보려는 향기로운 마음이다. 우리를 참아내고 숨어지냈던 우리의 이웃들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향기가 필요하다.

돌보는 마음 섬기는 마음이 꽃이 되어 피었다면 이제 외로움에게 손을 내밀고 불안에게 말을 거는 향기를 뿜어낼 때다. 봄은 꽃 같은 당신과 함께 온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이 눈앞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유 / 목사ㆍ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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