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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은발의 길동무'

행복한 노후 일구는 임원규·재량부부

캠퍼스 커플로 만나 반세기를 동고동락해온 임원규(오른쪽)·재량 부부가 LA한인타운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 커피를 마시며 미소를 띠고 있다.

캠퍼스 커플로 만나 반세기를 동고동락해온 임원규(오른쪽)·재량 부부가 LA한인타운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 커피를 마시며 미소를 띠고 있다.

토론모임 3곳 함께 참석
인문사회과학 공부 열심
"어떻게 오래 살까 아닌
어떻게 잘 살까 고민"


행복한 노후의 필수조건은 행복한 부부관계라 하지만 어디 현실은 그러한가. 은퇴 후 24시간 붙어있다 보면 사소한 일로 다투기 일쑤고 해묵은 갈등이 깊어져 오히려 은퇴 전보다 사이가 나빠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부부관계에 뾰족한 해법이 있을 리 만무. 그러나 여기 임원규(81)·재량(81) 부부라면 그 해법을 가지고 있을 듯도 싶었다. 이 동갑내기 부부와 대화가 깊어질수록 이들 부부가 왜 이리도 행복해 보이는지 단박에 눈치 챌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분주한 세밑, 세상 가장 아름다운 노부부를 만나봤다.

#캠퍼스 커플의 백년해로

이들 부부는 그 연배에 흔치 않은 캠퍼스커플이다. 서울대 물리학과 동문인 부부는 대학원 시절 교제를 시작해 결혼에 골인했다.



1963년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으로 유학 온 이들은 원규씨가 학위취득 후인 1971년 나사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에 입사하면서 2남2녀와 함께 LA로 이주했다. 이후 30년간 JPL 연구원으로 근무한 원규씨는 2000년 은퇴한 뒤 10년간은 캘텍에서 연구교수로 대학원생들을 지도했다.

재량씨 역시 2007년까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33년간 일했으니 은퇴 전까지 부부는 앞만 보고 달려온 셈이다. 이처럼 고희를 넘겨서까지 열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한 전문직 종사자들이다보니 은퇴 후 사회적 지위 상실에서 오는 상실감에 힘들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어휴 아니에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데요. 직장이 제 존재를 규정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이건 제가 직장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고요."(임원규)

#여전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

은퇴 후 이들 부부는 다양한 모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이들 부부가 참가하고 있는 모임만도 독서토론 모임을 비롯해 인문사회과학 모임, 영성연구 모임 등 3곳에 이른다.

"나이 들면 쓸데없이 자신만의 세계가 견고해지다보니 타인과 소통이 힘들어 지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그런 담을 허물고 새로운 관점을 공부하기 위해 다양한 모임에 나가 세상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임원규)

그리고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 모임에 나가다 보니 집에 와서도 그 주제를 가지고 토론할 수 있어 부부가 심심할 틈이 없단다. 그렇다고 이들 부부가 늘 24시간 붙어 지내는 것만은 아니다. 원규씨는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골프 모임에 나가 골프를 치고 최근엔 전자키보드 연주에 푹 빠져 있다, 그런가하면 시사와 역사에 관심 많은 재량씨는 혼자 있을 때면 관련 잡지나 서적을 뒤적이며 독서 삼매경의 즐거움을 누린다고.

"늙으면 애가 된다고 하잖아요.(웃음) 그래서 나이 들수록 더 서로의 입장에 서서 배려하고 보살펴 줘야 하는 것 같아요. 부부야 말로 인생 최고의 베스트 프렌드니까요."(임재량)

#이 남자, 이 여자가 사는 법

그렇다고 이들 부부가 늘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오후면 패서디나 집 근처 공원에서 손 꼭 붙잡고 산책도 즐기고 틈 날 때마다 직접 운전해 캘리포니아 곳곳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그리고 내년 봄엔 일본여행도 계획 중이다. 그것도 패키지투어가 아닌 부부가 직접 여행코스를 짜는 배낭여행이다. 그래서 원규씨는 현재 일본어 공부에 푹 빠져 있고 재량씨는 여행서적을 구입해 여행코스와 맛집 등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란다. 일본 다음 여행 목적지는 어디냐는 질문에 원규씨가 고개를 젓는다.

"이젠 계획 없이 자유롭게 살려고요.(웃음) 미래보다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고 싶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오래 살까가 아닌 어떻게 하면 잘 살까를 고민 중입니다. 그때 죽음을 묵상하는 게 도움이 돼요. 죽음을 생각하다보면 거기서 잘 사는 법을 깨닫게 되거든요."

진중하게 황혼의 삶을 성찰하며 따로 또 같이 걷는 법을 아는 은발의 길동무라니. 참 멋진 팀이다.


이주현 객원기자 joohyunyi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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