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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아우성…이덕희 ATP 투어 첫 승

청각장애 극복 테니스 유망주
투어 역사상 유일한 본선 승리
소리 못 듣지만 집중력 남달라
주류 매체들 주요 뉴스로

청각 장애 3급인 이덕희가 본선 1회전 승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덕희의 승리 소식을 메인 화면에 띄운 ATP투어 공식 홈페이지. [사진 = S&B컴퍼니 제공, ATP투어 홈페이지 캡처]

청각 장애 3급인 이덕희가 본선 1회전 승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덕희의 승리 소식을 메인 화면에 띄운 ATP투어 공식 홈페이지. [사진 = S&B컴퍼니 제공, ATP투어 홈페이지 캡처]

두번째 세트는 일방적이었다. 5-1로 차이가 많았다. 결국 매치 포인트가 나왔다. 세트스코어 2-0, 승패가 결정됐다.

관중석에서 갈채가 터졌다. 몇몇은 감격에 눈물을 글썽였다. 대회 본부, 기자실에서도 수군거림이 들렸다. 그러나 정작 승리의 주인공은 잘 모르는 눈치다. 기쁨의 표현도 약간 이상하다. 뭔가 어정쩡하다.

한국 테니스의 기대주 이덕희(21)가 1회전을 가볍게 통과했다. 이덕희는 19일 노스캐롤라이나 윈스턴세일럼에서 열린 ATP투어 250시리즈 윈스턴세일럼 오픈 1회전(64강전)에서 헨리 라크소넨(27·스위스)을 세트 스코어 2-0(7-6, 6-1)으로 이겼다. 세계 랭킹 212위가 120위를 이긴 역전극이었다. 이덕희 개인적으로도 생애 첫 본선 승리다.

그런데 여기는 더 뜻깊은 의미가 숨어있다. ATP 투어 역사상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본선에서 거둔 첫 승리이기 때문이다. 윈스턴세일럼 오픈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덕희와 인터뷰 영상을 게재하며 'ATP 투어 최초의 청각 장애 선수가 역사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TP 투어 홈페이지도 메인 화면에 올렸다. 각국 미디어들 역시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이덕희는 선천적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2세 때 청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듣지 못하니 말하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상대 입모양을 보고 어렵게 소통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약혼자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저는 듣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저를 놀렸습니다. 테니스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죠. 분명 어려운 일이죠. 그런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해냈죠. 청각장애인들에게 '낙담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ATP 투어 대회는 보통 100위 이내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그래서 이덕희는 이전까지 투어 대회 본선에 직행하지 못하고 예선을 치러야 했다. 5차례 출전했지만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22번째 대기 선수였는데 앞 순위 선수들이 대거 기권하면서 본선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바로 첫 승을 거뒀다.

처음 라켓을 잡은 건 일곱 살 때였다. 책상에는 10분도 힘들었지만, 코트에서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아무리 그래도 장애는 엘리트 레벨에서 커다란 제약이 분명했다. 공에 대한 판단에 지장을 줄 때도 많다. 심판과 소통에서도 답답한 적이 있었다. "공이 코트, 라켓에 맞는 소리나 심판 콜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공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상대 동작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해야 했죠."

2014년에는 국제테니스연맹(ITF) 퓨처스 대회에서 16세 1개월의 나이에 우승했다. 정현이 갖고 있던 한국 최연소 우승(17세 1개월)보다 1년이 빠른 기록이었다. 19살 때인 2017년에는 랭킹 130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고비가 왔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장애가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세계 랭킹은 200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작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덕희는 일단 첫 승에 만족해야했다. 이튿날인 20일 2회전에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랭킹 41위의 강호 후베르트 후르카치(폴란드)에게 첫 세트를 따냈지만, 1-2(6-4 0-6 3-6)로 역전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9월 초 중국 챌린저 대회에 출전한 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중국 원정 경기에 태극 마크를 달고 나선다. 그의 도전은 다시 시작된다.


이승권·백종인 기자 lee.seungkw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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