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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스윙은 완벽하다, 생각의 벙커에 빠져 망가질 뿐

참선과 골프 멘탈

티오프를 앞두고 코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타이거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티오프를 앞두고 코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타이거 우즈. [로이터=연합뉴스]

실수 나오면 그 자리서 스윙 교정
자기 자세 잃어버려 점점 더 엉켜
만사 포기한 마지막 홀 빨랫줄샷

뭔가 보여주려는 욕심 버리고
잘못할 수 있는 한계 인정해야
당장 해낼 수 있는 인생 샷 가능


처음에는 그런대로 잘 된다. 그러다 미스 샷이 몇 차례 나오면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며 스윙을 점검한다. 고친 스윙으로 쳤는데, 더 나쁜 결과가 나온다. 교정한 스윙을 또 교정한다. 보다 못한 동반자가 레슨도 해준다. 그러나 스윙은 점점 더 엉켜 깊은 늪에 빠진다. 이래도 저래도 안 된다. 클럽이 낯설게 느껴지고 어떻게 공을 치는지도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러다 마지막 홀에서 다 포기하고 스윙을 했는데 공이 빨랫줄처럼 날아간다.

골퍼들은 이런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집에 갈 때가 돼야 제 실력이 나온다"고 하기도 하고 "27홀 체질이라 그런다"고 위안을 하기도 한다.





흙인형 속 황금상 찾듯 자신을 믿어야

선(禪)을 공부한 심리학자 조셉 패런트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나쁜 정신력을 가진 골퍼의 전형적인 라운드 패턴이라고 얘기한다. 패런트는 기대에 못 미치는 스윙이 나와도 교정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스윙이 문제가 아니라 샷을 준비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는데 엉뚱한 스윙을 건드리면서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스윙은 완벽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대부분 골퍼의 스윙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는 "당신의 완벽한 스윙은 지금 이 순간에 당신이 해낼 수 있는 최선의 스윙이다. 연습을 통해 나아지겠지만, 지금 당장 이 순간에 해낼 수 있는 최선의 스윙이 당신에게 완벽한 스윙인 동시에 유일한 스윙"이라고 말한다.

라운드 중 망가졌다가 만사를 포기하면 제 스윙이 나오는데 스윙을 잊은 것이 아니라, 스윙에 뭔가를 덧씌워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패런트는 이런 우화를 소개한다. 한 젊은이가 가보로 내려온 토용에 황금을 입히려 노력했는데 잘 안 됐다. 그의 할아버지는 오히려 흙을 떼어내 속에 있던 황금상을 보여줬다. 인간은 본래 이 황금상 같은 완전한 존재라는 것이 불교 사상의 기본 원리 중 하나라고 패런트는 설명했다.

타이거 우즈는 "나는 모든 그린을 적중시키지 못하고, 모든 홀에서 버디를 하지 못하고,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지만 내가 그럴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멘탈 골프의 예술은 이 자세가 가장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본다. 골프 멘탈은 이런 자신감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100타도 깨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감만으로 좋은 라운드를 할 수 있을까.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은 허풍이나 속임수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실제보다 멋진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겠지만, 진실은 금방 드러나고 파국에 이를 뿐이다. 이런 자신감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위장된 자신감에 불과하다.

조건부 자신감도 있다. 샷이 잘되면 자신감을 가지지만 문제가 생기면 걱정이 머리를 지배한다.

골퍼들이 가져야 할 건 절대적 자신감이다. 인간이 본래 완전한 존재였다고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고, 실력도 좋다는 믿음이다. 그렇다고 모든 샷을 완벽하게 해낸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어떤 결과든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샷 하나로 인간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넓은 안목으로 사태를 파악한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왔다가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절대적 자신감이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상황, 어떤 순간에서나 두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 진정한 자신감의 발로다.

생각은 고삐 풀린 야생마와 같다. 어디로 달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 생각을 만들어 내는 존재는 바로 그 자신이다. 생각은 정신이라는 커다란 하늘에 잠깐 스쳐 가는 작은 구름에 불과하다. 당신이 힘을 실어주는 만큼만 힘을 갖는다. 생각이 떠오르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사태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패런트는 말한다. 생각에 휘둘리지 마라. 생각을 길들여라.

패런트는 골퍼들이 스스로 강박관념을 만든다고 한다. 그는 라운드마다 자신만의 기준타수를 정하면 된다고 했다. 날씨, 컨디션에 따라서 기준타수를 달리하면 마음의 평정을 찾기 좋다.



자책이라는 고약한 캐디를 해고하라

몸과 마음은 한 곳에 있어야 한다. 몸은 퍼팅 그린에 있지만, 정신은 "뒤 그룹이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 하고 페어웨이에 있지는 않은가. 다음 홀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결과가 나쁘면 자신을 저주하는 골퍼도 많다. 학대받으면서 골프를 칠 이유가 있는가. 자신을 욕하는 것은 고약한 캐디를 데리고 다니는 것과 같다. 그 캐디를 해고하라고 패런트는 충고한다. 대신 절친한 친구가 샷을 실수했다고 상상하면서 "괜찮아 친구야,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야"라고 자신에게 얘기한다.

최소타 기록을 앞두고 마지막 홀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흔하다. "역시 내가 그렇지 뭐"라면서 자포자기한다. 이는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본능이라고 선 골프는 본다. 편안함을 주는 익숙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생각이란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면 다른 사람들이 앞으로 자신에게 그 수준을 기대할 것이라는 걱정, 잘 치면 백티에서 치라고 할 것 같은 불안, 이런 억측이 부담으로 작용해 자연스러운 스윙을 방해한다.

긴장된 상황에서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샷을 하려는 것도 자포자기다. 실패하더라도 불가능할 것 같은 샷을 했으니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방어본능이라는 것이다.

선은 현재의 순간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다.


성호준 기자·골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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