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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부패에 역사가 불탔다" 국민들 분노

강혜란 기자
강혜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8/09/05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8/09/04 19:24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참사
2000만점 소장품 90% 잿더미

3일 공중에서 촬영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의 잔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유물 2000만 점 가운데 90% 이상 불탄 것으로 추정된다. [AP]

3일 공중에서 촬영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의 잔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던 유물 2000만 점 가운데 90% 이상 불탄 것으로 추정된다. [AP]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1만2000년 전 유골 '루치아', 수천년 된 이집트 미라, 포르투갈로부터 브라질의 독립을 선언한 페드루 1세의 유품….

200년 역사의 브라질 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인류 유산이 화마에 휩쓸렸다. 최악의 경우 소장 유물 2000만 점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을 수 있다.

1818년 건립된 리우데자네이루 국립박물관에 불길이 솟은 것은 2일(현지시간) 오후 7시 30분쯤. 관람 시간이 지나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21개 소방서에서 소방관 80여 명이 출동했지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주변 소화전 2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아 트럭으로 주변 호숫가의 물을 길어 뿌려야 했다. 불길은 자정 무렵 가까스로 잡혔지만 지붕부터 창문까지 홀랑 타버리고 새카맣게 그을린 벽채만 남았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화재로 인한 손실은 가늠키 어려울 정도다. 브라질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리우데자네이루 시민 수백 명은 날이 밝자 박물관 정문 앞에 몰려와 현장 확인을 요구하며 내부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알레산데르 케우네르 박물관장은 비통한 표정으로 "이 나라의 창세기가 불탄 것이나 다름없다. 여러분과 브라질의 역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박물관이 이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가 안 돼 있던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설치되지 않았거나 작동하지 않았다. 오랜 누수로 인해 취약했던 건물 골조는 불길에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박물관은 그간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려 왔다. 흰개미떼 습격으로 5개월간 폐쇄됐던 공룡전시실이 민간의 크라우드펀딩에 힘입어 최근에야 문을 열었을 정도다. 현지 언론은 2013년 13만 달러였던 박물관 예산이 지난해 약 8만4000달러로 줄었다고 전했다. 부관장 루이즈 두아르치는 "리우올림픽(2016) 경기장 한곳에 쓴 돈의 4분의 1이면 박물관을 더 안전하고 멋지게 만들 수 있었다. 박물관이 무너진 책임은 연방정부에 있다"고 개탄했다.

시민들의 분노는 테메르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과 관료 부패로 향하고 있다.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한때 왕족이 거처하는 곳으로 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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