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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휴전은 잠깐 멈춤…협약 맺어도 '글쎄'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트럼프와 그의 경제팀이 문제
무역을 흑자·적자 관점서만 봐
돈 벌면 좋다는 '구성의 오류'

중국 80년대 일본과 달리 강해
시진핑은 돈으로 협상 해결 의지
문서상 협약, 효과 거의 없을 것

"트럼프 경제팀엔 국제경제 메커니즘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레이건의 경제교사' 스티브 행키 존스홉킨스대학 교수의 첫 마디였다. 인터뷰 주제는 '오사카 휴전 이후 시나리오'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세계가 한 숨 돌렸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공격을 미뤘다.

"주요 증권시장의 주가가 올랐다. 비극적인 상황은 일단 피했다. 하지만 오사카 휴전은 무역전쟁에서 의미 있는 변곡점은 아니라고 본다. 잠깐 멈춤이다. 나는 트럼프와 그의 경제팀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국 흑자 낸 돈으로 미 국채 사줘

-그게 무슨 말인가. 한국에선 트럼프가 국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며 높이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트럼프와 그의 경제팀은 비즈니스맨들이었다. 그들은 한 기업을 운영하는 식으로 국제경제 이슈를 다루고 있다. 미.중 무역을 흑자와 적자 관점에서만 다룬다는 얘기다. 우리가 돈을 더 벌면 더 좋다는 식이다.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다. 개인이나 기업 차원에서 흑자가 좋지만 국가 경제 단위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구성의 오류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트럼프는 틈만 나면 '중국이 우리를 강탈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세를 매겨 무역적자를 줄이면 미국에 이롭다는 식이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주고 있다. 미 국채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연방정부는 낮은 금리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무역적자가 싫으면 트럼프는 재정적자를 내지 말아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게 국제경제의 거대한 메커니즘이다. 트럼프와 그의 경제팀은 17세기 눈에 세계경제를 보고 있다."

행키 교수가 말한 17세기 눈은 바로 중상주의다. 그들은 외국과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게 한 나라가 잘 사는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18세기 이후 국부의 원천은 무역 흑자가 아니라 산업발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역 적자가 나더라고 교역을 확대하는 게 경제 전체에 이롭다는 얘기다.

-한국 전문가들 대부분이 트럼프가 압박하면 시진핑이 물러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중국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듯하다.

"세 가지 이유다. 첫 번째는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다. 경제계의 목소리가 정책결정에 곧 바로 반영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중국 자체가 강한 나라다. 80년대 일본과 다르다. 세 번째는 중국 지도자들이 아주 긴 안목을 갖고 느리지만 장기적인 전략을 추구한다. 당장의 악재나 걸림돌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중국을 상대로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줄이면서 공정한 관계를 만들려고 한다.

"공정한 관계라고 했는데 여기 미국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지속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80년대 일본과의 무역전쟁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다."

-어떤 경험들이었나.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을 압박해 통화 측면에서는 플라자합의(1985년)을 이끌어냈다. 실물 경제 측면에서는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압박할 수 있는 협약을 관철시켰다."

바로 미.일 구조협약(Structural Impediment Initiative) 등이다. 당시 행키 등 레이건 경제팀은 일본 자동차 등이 품질이 좋은데도 싼 이유가 게이단렌(기업집단) 구조라고 봤다. 제조업체가 은행 등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묶여 있어 낮은 금리 자금과 싼 중간재를 끌어다 쓸 수 있어 제품 가격이 낮다는 식이다. 레이건 행정부는 일본을 압박해 게이레츠내 거래를 제한하는 법 등을 만들도록 했다.

-요즘 트럼프도 중국의 국유기업을 제한하는 법 등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중국 경제 구조와 관행을 뜯어 고치려는 시도다. 성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본을 그렇게 압박해 다양한 협약을 맺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게다가 다시 말하지만 지금 중국은 80년대 일본과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80년대 일본은 미국의 동맹이었다. 일본은 사실상 내정 간섭이나 마찬가지인 협약을 받아들였다. 자발적으로 미국에 자동차와 전자제품 수출 등을 자제하는 노력까지 했다."

-시진핑이 트럼프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까.

"시진핑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국유기업이 공정경쟁을 해치는 일을 금지하는 법 등을 제정하라는 트럼프 요구를 주권침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신 그는 돈으로 해결하고 싶어한다. 미국 농산물과 천연가스 등을 대량으로 사주는 방식이다."

경제는 구조 협약으론 작동 안 해

-시진핑이 타협을 뜻을 내비쳐 오사카 휴전이 이뤄진 것 아닐까.

"법적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트럼프와 돈으로 해결하려는 시진핑 사이에 이런 저런 문서상 협약이 맺어질 수는 있다. 80년대 일본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협의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다. 경제는 구조이지 문서상 협약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이번 무역전쟁에서 얻을 게 없다."

-그렇다면 중국의 기술절도 등을 막을 길이 없다는 얘긴가.

"첨단 기술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기술 이전을 원천적으로 막을 길이 없다. 다만 중국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올바른 절차를 거쳐 기술을 얻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기는 하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활용하면 중국 정부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국유기업 등에 주는 지원금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WTO를 무력화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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