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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압박용…트럼프, 관세 더 올릴 수도

브래드 셋서 미 외교협 수석 이코노미스트

1988년 종합무역법에 따른 것
2015년 교역촉진법엔 해당 안 돼
트럼프 마음에 달린 무역전쟁이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의 걱정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 른 무기를 꺼내들었다. 이달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중국산 3000억 달러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 엿새 만이다. 원투 펀치를 날리는 격이다. 그 의미를 긴급 진단하기 위해 미국 대외정책 싱크탱크인 외교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래드 셋서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뉴욕대 교수)의 글로벌 경제 분석가로 통한다.

브래드 셋서

브래드 셋서

-예상치 못한 조치다.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는 봄과 가을에 나오지 않는가.

“미 재무부는 1988년부터 해마다 4월과 9월 주요 교역상대국 환율 동향을 의회에 보고해왔다. 이전에 환율조작국 지정은 환율 보고서 발표와 동시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지정은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기는 하다.”



-왜 한여름에 지정했을까.

“예방적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3000억 달러에 10% 관세를 매긴 직후 중국 위안화 값이 미 달러와 견줘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눈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관세 충격을 줄이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는 것으로 비친 듯하다.”

-관세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인가.

“그렇다. 이제 공은 중국 쪽에 넘어갔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까지했는데 트럼프가 보기에 위안화 가치를 더 떨어뜨린다면 무역협상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얘기가 무역협상에 이르자, 셋서는 농담을 곁들였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미·중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미국 쪽에선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전쟁은 기본적으로 ‘트럼프의 개인 전쟁’”이라며 “그의 정치와 비즈니스가 모두 예측 불가능해 무역협상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을 압박할 수 있을까.

“심리적으론 압박감을 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현행 법을 봤을 때 압박 수단이 뚜렷하지 않다.”

-무슨 말인가.

“이번 조작국 지정은 1988년 종합무역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는 중국과 1년간 협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제재수단이 규정돼 있지 않다. 그래서 2015년 교역촉진법이 제정됐다.”
실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이달 5일 내놓은 발표문을 살펴보면, 이번 조작국 지정의 근거로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시했다.

-트럼프가 2015년 법에 따라 압박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그렇지 않다. 2015년 법 기준으로는 중국을 조작국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트럼프가 1988년 법이 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중국을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2015년 법이 규정한 제제 조치를 이번에 중국에 할 수 없는 이유다.”

2015년 교역촉진법이 정한 조작국 기준은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를 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대미 경상흑자 2%를 넘어서며 ▶외환시장 개입이 1년 중6개월 이상인 경우다. 반면, 1988년 종합무역법이 정한 조작국 기준은 어느 나라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대미 무역흑자를 늘리는 경우다. 셋서는 “1988년 법이 2015년보다 한결 느슨하다”고 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등 제재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하! 미국 법체계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인 듯하다. 2015년 법이 정한 제재는 ▶미국 기업들의 투자 제한 ▶조작국 기업의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외환시장 개입 여부 평가 등이다. 이런 제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2015년 법이 정한 조작국 기준에 맞아야 한다.”

-제재 수단이 없는 조작국 지정인가.

“법적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트럼프가 중국의 협상 태도뿐 아니라 이제는 환율의 움직임을 보고 중국산 3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릴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지 며칠되지 않아 인도가 기준금리를 내렸다. 5.75%에서 5.40%로 0.35%포인트를 인하했다.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통화완화다. 국내 몇몇 전문가들은 환율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말 환율전쟁이 시작된 것인가.

“한국이 왜 환율전쟁을 걱정하는가? 최근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와 견줘 많이 떨어졌다. 내가 살펴보니, 미 달러를 기준으로 한국 원화는 최근 1년 새에 8% 정도 떨어졌다. 반면 위안화 가치는 3% 남짓 하락했다.”

-하락률만 보면 한국이 조작국으로 지정돼야 하는 것 같다.

“(웃으며) 흐름을 보면 위안화 가격이 더 많이 떨어져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수출 기업이 애를 먹는 일은 당분간 없을 듯하다. 이번 조작국 지정으로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억제될 수도 있다. 최근 원화 가격 하락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걱정해야 하는 일은 따로 있다.”

-무엇인가.

“무역전쟁 자체다. 무역협상 결과가 트럼프의 개인적 성격에 달렸다.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무역전쟁의 결과에 더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브래드 셋서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석사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코노미스트다. 미국 재무부에서 부차관보를 지냈다. 누리엘 루비니의 경제분석회사인 RGE(루비니의 글로벌이코노믹스모니터)에서 글로벌리서치 대표를 지냈다. 저서로는 루비니와 같이 쓴 『공적구제 또는 자구?(Bailouts or Bail-ins?: Responding to Financial Crises in Emerging Economies)』 등이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한국·대만엔 잘 드는 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역사를 분석한 로버트 스콧 미 경제정책연구소(EP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SUNDAY에 보낸 e메일에서 “적잖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종합무역법 제정 직후 미 재무부는 한국과 대만을 조작국으로 지정했다”며 “미 재무부가 두 나라와 협상을 벌여 외환 시스템 개혁을 압박해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스콧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조작국 지정 순간 7%였는데 4% 수준으로, 대만은 12.8%에서 4.8%로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런 노력이 인정돼서일까. 한국과 대만은 이듬해인 1989년엔 조작국 딱지를 뗄 수 있었다. 물론 대만은 1992년 다시 조작국으로 지정돼 미 재무부의 몰아붙이기식 협상에 시달여야 했다. 이듬해 조작국 딱지를 떼긴 했다.

그런데 중국은 1992년에 지정돼 94년까지 조작국이란 딱지를 붙이고 있어야 했다. 미 재무부의 압박에 쉽게 굴복하지 않아서다. 스콧은 “중국은 강력한 제재를 내세우며 압박해야 하는 나라라는 사실을 미 정책 담당자들이 알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제재수단이 명시된 2015년 교역촉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조작국 지정기준이 엄격해 중국이 해당되지 않아 이번에도 1998년 법에 따라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급한 마음에 헌 칼을 꺼내든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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