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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으로 6%대 성장 불씨 살리는 시진핑

건국 70년 만에 다가선 중국몽

중국 40년간 한국 노하우 흡수
거듭 올림픽 열면서 경제 발전
고도화로 선진 시스템 확산 중
미국 견제에도 6%대 성장 지속

한국 경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면서 해마다 중국을 돌아보고 있지만 이번에는 특히 마음이 무거웠다. 사회주의 실험으로 잠자던 중국이 깨어나 이제는 한국을 앞지르는 모습을 곳곳에서 절감하면서다.

중국은 지난 1일 건국 70주년 국경절 행사를 통해 대국 굴기의 위용을 드러냈다. 미국 등 서방 강대국을 비롯한 각국 대사는 이날 오전 6시30분까지 천안문 광장에 '집합'해야 했다. 일반 초청자들은 새벽 4시30분까지 광장에 나왔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시진핑 주석의 황제 같은 등장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이런 힘은 '중국몽'을 향해 달려 온 중국의 경제 굴기에서 나온다.

한국은 그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덩샤오핑은 박정희 정부가 주도한 경제개발을 그대로 베꼈다. '산업의 쌀'인 포항제철 건설을 시작으로 도로ㆍ항만 같은 인프라 건설과 함께 중화학 공업을 일으켜 수출 주도 경제로 비약적으로 도약한 '한강의 기적'은 중국 경제 발전의 교과서였다.

나아가 한국은 중국에 시장경제와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전수했다. 그 계기는 의외의 분야에서 시작됐다.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올림픽이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의 비화를 소환해보자. 당시 한ㆍ중 교류에 앞장섰던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 회장의 기억을 옮긴다. "당시 미수교 상태였지만 양국은 스포츠를 매개로 비공식 접촉을 하고 있었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중국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대회에 쓸 차량은 물론 사무용 복사기도 넉넉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각각 자동차 780대와 복사기 100대를 제공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회 운영 경험(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도 전수했다." 중국은 이 스포츠 제전을 통해 한국의 선진 시스템과 자본주의의 강점을 신뢰하게 됐다.





제철소 재활용해 환경올림픽 개최

한국은 나아가 중국의 글로벌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미국의 용인 아래 진행된 것이지만 중국의 경제 발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한 계기는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었다. 한국은 여기서 또 다시 중국을 도와줬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중국의 시장경제지위(MES)를 인정해 교역 조건에 대한 특혜를 부여하면서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어느 국가도 허용하지 않은 조치다.

이로써 한국도 큰 시장을 얻었다. 홍콩까지 포함하면 중국은 지금 한국 수출의 35%를 받아주고 있다. 중국이 한국 제2의 내수시장이란 얘기다. 이같이 한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 뒤 지난 40여년간 경제 굴기에 없어선 안 될 역할과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이 중국과 '샴쌍둥이'라고 할만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커지면서 부메랑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나아가 중국 경제는 고도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2년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동계올림픽(2022년 2월)은 중국 경제의 고도화와 굴기의 완성이 아닐까 싶다.

지난 17일 베이징 자금성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위원회를 방문했을 때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베이징은 세계 최초로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모두 유치했다. 2008년 하계올림픽을 열면서 중국은 경제 굴기를 만방에 과시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올림픽 직후 고속 성장의 후유증 때문에 중국이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봤지만 그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은 오히려 7%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올해 14억이라는 거대 인구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는 원년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이 불과 20년 전 김영삼 정부 때 외환위기를 당하면서 1998년 7600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상하이ㆍ광둥성 같은 동남부 경제특구 지역의 국민소득은 2만~3만 달러에 달한다.

굴기의 완성을 얘기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중국에서 한국의 전통 제조업은 안타깝게도 더는 존재감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점유율 1%가 힘겹고, 현대자동차도 공장 가동을 줄이고 있다. 중국 도시의 거리를 걸어보면 중국 토종 전기전자ㆍ자동차 제조사의 판매점과 광고판이 즐비해진 것도 상전벽해 같은 변화다. 모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둘째 이유는 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 경제의 고도화다. 이번에도 중국은 한국을 깊숙이 벤치마킹했다. 한국의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을 과감하게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중국은 많은 레거시(후유증)를 남긴 평창올림픽을 면밀히 연구했다. 공사비가 부족해 대회 직전까지 불안했고, 대회가 끝난 뒤에는 폐허로 둔갑해 돈만 날리는 이중고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 점을 눈여겨봤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곳은 베이징 시내에 들어섰던 수도철강 부지다. 중국은 이번 행사를 환경올림픽으로 승화하고자 공기 오염원이 될 수 있는 1919년 베이징이 들어선 이 제철소를 2008년 폐쇄했다.



천안문 건국 70년 밝힌 토종 LED

어디 이뿐인가. 베이징과 함께 대회를 개최하는 허베이성 장자커우까지 연결하는 '징장고속철' 공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징과 장자커우 174㎞ 구간을 50분 만에 연결함으로써 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외부효과를 주변도시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베이징 주변 사방에 위치한 원거리 도시에서 베이징을 오가는 광역 고속철도와 도로를 획기적으로 신설ㆍ확장하고 있다. 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최소 6%대 경제 성장의 불씨를 살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제조업에서도 중국이 곳곳에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는 평가를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판단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에 자리잡은 LED 제조사 '리야더'를 방문했을 때 직감했다. 리야더는 10년 전 선전의 이름 모를 LED기업과는 기자를 대하는 자세부터 달랐다. 젊은 직원 한 명이 나와 일반 소비자가 돌아보는 체험관을 둘러보면서 소개해주는 것이 안내의 전부였다. 한국의 낮아진 위상을 체감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술이 완벽해 보였다. 전시관에는 다양한 형태의 응용 제품이 있었는데 거대한 디지털 화면은 물론 디지털 연못과 디지털 식당, 가상현실(VR) 전투장까지 LED 화면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제품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리야더는 지난 1일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행사의 디지털 화면도 제작했다. 중국 것이 아닌 것은 거대한 디지털 화면에 상영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지드래곤의 노래뿐이었다. 거대 중국과 계속 교류하고 상생하기 위해선 이제 한국만의 차별화밖에는 없게 됐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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