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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급속 충전' 하는 중국과 베트남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 전망l 사회주의 떠받치는 시장 경제

형식만 사회주의, 현실은 시장경제
자본주의 국가보다 시장 더 활성화
그래도 사회주의 체제는 굳게 유지
기이한 동거체제, 어떻게 될지 관심


시장경제와 계획경제의 경쟁은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중국과 베트남이 생생한 현장이다. 두 나라 모두 형식적으로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자율 경쟁과 시장 원리를 부정하고 개인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에 따라 정의와 공정 국민 평등이라는 기치 아래 국가가 생산수단을 독점한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중국과 베트남을 움직이는 것은 철저한 시장경제 방식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했고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쇄신)를 시작하면서 시장경제를 급속 충전했다.

 그 결과 지구촌에서 사회주의는 조종을 울린 지 오래됐다. 앞서 1991년 소련이 붕괴한 지 30년 가까이 흘렀고 중국과 베트남의 사회주의도 실패로 끝났다. 그 자리에는 시장경제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민간기업의 급성장으로 국유기업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나아가 중국.베트남의 민간기업이 미국.일본.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이 꼬리를 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만간 베트남 기업이 다국적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이들 국가에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이나 한국의 재벌 뺨치는 규모의 거대 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화웨이.텐센트.바이트댄스는 실질적으로 미국 기업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베트남에서는 국유기업 빈그룹이 급부상했다. '베트남의 삼성그룹'으로 불리는 빈그룹은 벌써 베트남산 자동차와 휴대폰을 생산해 수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중국·베트남 간 기업 경쟁

 사회주의 최대 특징인 사유재산 금지도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 중국.베트남 모두 토지 소유에 사실상 제한이 없어지면서다. 특히 중국은 개혁개방이 본격화하자 토지의 개인 소유를 사실상 허용하기 시작해 지금은 소유 기간을 최대 70년으로 늘렸다(조성찬 『중국의 도시화와 공공토지 사유화』 역사비평 2016). 70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부(富)의 대물림을 통해서다. 중국.베트남에서도 돈 많은 집 자식은 교육도 잘 받고 해외 유학까지 다녀와 좋은 직장에 취직한다. 돈을 많이 벌고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재산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도 중국과 베트남은 시장경제는 수단일 뿐이며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체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차라리 우리는 자본주의를 한다고 솔직하게 선언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만 결코 사회주의 간판을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중국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내세우며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는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중국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워 사회주의 체제를 되레 합리화한다. 베트남 역시 현실은 점점 자본주의화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국유경제가 경제 전체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헌법에 규정짓고 있다.

 그러나 그 수단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다. 이미 중국은 내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할 만큼 자본주의가 무르익었다. 베트남 역시 국유 경제 비중이 GDP의 30% 이하로 감소하면서 민간 경제의 존재감이 커졌다.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 모델 역시 시장경제의 궤적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그 핵심 원동력은 외자 유치다. 중국이 경제특구를 통해 외자를 유치했고 베트남 역시 중국과 똑같은 발전 모델을 따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여 자본과 기술을 수혈하는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기술이 전파되고 근로자의 숙련도가 높아져 독자적 생산기술을 확보한다.

 베트남에서는 수출의 25%를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있다. 기술의 수혈이 무르익으면서 자동차.스마트폰을 자체 생산하는 것은 기본이다. 베트남 국유 통신사 비에텔은 10월부터 세계 6번째로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에 나선다. 화웨이 통신장비를 배제해 미.중 경쟁에도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 확산을 막아보려고 동맹국을 통해 화웨이 장비 채택을 하지 말라고 하는 처량한 처지에 빠져 쩔쩔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오히려 이제는 사회주의 기업 간 경쟁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이 됐다.

코로나 직전 6% 성장 누려

 물론 사회주의 체제가 주도하는 시장경제가 계속 탄탄대로를 달릴지는 미지수다. 일당 독재의 위압적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동거가 어디까지 시너지를 내고 한계를 드러낼지가 앞으로 중국과 베트남 경제의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공산당 1당 통치는 언젠가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을 주목할 만하다. FT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인 상당수가 개인 권리와 국가 권력의 괴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인구 1100만의 거대 도시 우한을 통째로 봉쇄해 역병의 전파를 막았다는 게 중국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FT는 "중국의 폐쇄적인 정보 통제로 조기 방역 실패로 정부에 비판적인 중국인이 등장하게 됐다"고 꼬집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도 홍콩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사태는 정보 봉쇄 과정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극대화했다. FT는 "바이러스를 차단한다면서 단속자들이 온도계를 들이대며 시민을 닥치는 대로 검문하자 적지 않은 중국인이 기본적인 인권 침해를 느꼈다"고 지적했다. 경제에도 이런 억압적인 행태가 만연해 있다. 겉으로는 민간기업 행세를 하지만 뒤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 때가 많다. 민간기업을 통제하는 그 수단은 바로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정부 지분이다. 한국에서 정부 지분을 내세워 공기업 경영 방침을 좌우하고 사장 자리에 낙하산을 태워 내려보내는 행태가 이들 국가에는 일상화돼 있다는 얘기다.

 빈부 격차가 극심하다는 것도 국가 자본주의 경제모델의 약점이다. 중국에서는 동남 해안과 서북 내륙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4억 명에 이르는 농민공은 도시 지역으로의 이동도 제한돼 있어 빈부 격차가 해소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베트남 역시 특권층과 소외된 계층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사회주의로는 자본주의의 힘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얘기다. 좌파 포퓰리즘에 빠져 빈곤의 나락에 떨어진 베네수엘라가 단적인 사례다. 그나마 자본주의를 급속 충전하면서 중국과 베트남은 빈곤을 면하고 코로나 사태 전에는 해마다 6% 이상의 고도성장을 누려왔다. 한마디로 사회주의는 허울뿐이지만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대로 자본주의를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동호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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