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팔던 청년, 120만불 우승컵 들다
PGA 투어 생애 첫 우승 차지한 제임스 한
경비 벌기 위해 알바…캐디 돈 빌리기도
'강남'이 윤택하고 세련됨을 상징한다면 그의 인생은 전혀 강남스럽지 않다. 2003년 대학을 졸업한 뒤 투어 경비 마련을 위해 백화점 구둣가게 점원으로 일했다. 유튜브에서 다른 선수의 동영상을 보며 샷을 가다듬었다. 그린 위에선 미국의 세차장에서 쓰는 조그만 동전을 볼 마커로 썼다.
2년 새 '강남스타일' 인기는 수그러들었지만 말춤 추던 무명 선수의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제임스 한은 22일 LA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끝난 PGA 투어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3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했다. PGA 투어 첫 승을 거둔 그는 우승상금 120만600달러를 받았다.
〈본지 2월 23일자 A-1면>
제임스 한은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듬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가족은 오클랜드에서 작은 골프 연습장을 운영했다. 제임스 한은 UC 버클리 골프팀에 진학했다. 그러나 강압적인 운동부 운영에 반발해 골프를 그만뒀고 졸업 이후 다시 시작했다. 투어 경비를 벌려고 구둣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제임스 한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구두 많이 팔았다. 그 쪽엔 자질이 있었다"며 웃었다.
2007년엔 한국으로 건너와 코리언 투어에서 뛰었다. 성적은 좋지 않았다. 한해 번 상금이 818만원이었다. 2008년부터는 캐나다 투어에서 뛰었다. 당시 가진 돈이 200달러 뿐이어서 캐디에게 돈을 빌려 대회에 나갔다. 8등을 해 3000달러를 벌었다. 제임스 한은 "나에겐 100만 달러 같은 돈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는 PGA 2부 투어에서 뛰다 2013년 PGA 투어에 데뷔했다. 서른두 살.
이번 우승으로 거액의 상금을 챙긴 제임스 한은 "이 대회에서 5위 안에 들면 10년동안 13만 마일(약 21만㎞)을 뛴 아내의 차를 바꿔주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돈이 더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출전권도 따냈다. 3주 후엔 딸의 아빠가 된다.
한편 제임스 한은 22일 발표된 세계 남자골프 랭킹에서 지난주 297위에서 무려 211계단이나 뛴 86위에 올랐다. 제임스 한의 지난해 말 랭킹이 363위라는 것과 비교할 때 눈부신 기록행진을 한 셈이다.
박종원.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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