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뉴욕백배즐기기]추위를 물리친 '맹렬한 난꽃'의 세계로…

4월 19일까지 뉴욕식물원서 '오키드쇼'
공중에 주렁주렁…'샹들리에' 주제

소설가 김영하의 책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살인자 주인공이 꽃을 두고 한 말이 있다.

'꽃을 오래 보고 있으면 무서웠다. 사나운 개는 작대기로 쫓지만 꽃은 그럴 수가 없다. 꽃은 맹렬하고 적나라하다.'

주인공이 설명하고 있는 꽃은 벚꽃이지만 점박이 오키드(Orchid.난꽃의 일종)꽃 또한 '오래 보고 있으면 무서워지는' 꽃 중 하나가 아닐까. 점박이 얼굴을 드러내놓고 가만히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꽃. 그 맹렬한 기운에 적나라한 모습에 조금은 움츠러든 기억이 있는지.

맹렬하고 적나라한 꽃이 이번에는 유독 반갑다. 사나운 겨울을 드디어 무찔러줄 구세주를 만난 것 같다. 겨울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모습을 드러낸 오키드꽃에 영하권을 맴돌았던 추위도 무서워 떠나버린 것인지. 그 꽃의 기운을 이어받아 이른 봄을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뉴욕식물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길.



찰떡궁합, 꽃과 시

이번 전시에서 오키드는 전투적인 모습뿐 아니라 부드러운 모습으로도 다가온다. 아름다운 시어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마음을 어르고 타이른다. 에밀리 디킨슨 시어도어 로스케 등이 풀어놓은 감상을 따라 산책길이 꾸며져 있다. 패널에 꽃을 주제로 한 시들을 적어 관람객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 '오키드'라는 제목의 시에서 시어도어 로스케는 오키드 꽃을 두고 '어린새의 혀처럼 연한'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문구만 가만히 생각해보아도 한낮 감상에 충분히 빠져들 수 있을 것. 무료 휴대전화 오디오 투어로도 안내받을 수 있다. 이번 주말인 7일 오후 2시에는 시 읽기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야간에도 빛나는 꽃

빛과 어우러져 형형색색을 내뿜는 오키드도 아름답지만 밤에 도도하게 빛나는 오키드를 구경하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뉴욕식물원 측은 3월 7 14 19 21 28일 4월 11 17 18일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야간 개장해 '오키드 이브닝'을 진행한다. 칵테일과 음악으로 한껏 멋을 부린 야간 오키드쇼를 구경하는 것 또한 좋은 데이트 코스가 될 것.

이밖에도 오키드 손질 시범 행사가 매 주말 오후 2시와 3시에 열리며 주말 오후 1시와 3시에는 볼룸댄싱 또한 열린다. 꽃을 배경으로 탱고 왈츠 차차를 배우고 싶다면 놓치지 말길. 오는 21일에는 영화 '바닐라(Vanilla: The Sacred Orchid)' 상영회도 열린다.

이주사랑 기자

lee.jussarang@koreadaily.com

공중을 점령한 꽃

공중은 본래 추위를 상징하는 바람의 핵심 전투지다. 꽃이 지배하는 세상은 사실 땅 위다. 그러나 맹렬한 우리의 오키드꽃은 이번에 땅은 물론이요 공중까지도 '접수'했다.

아름다운 샹들리에(Chandelier)로 변신해 땅과 벽과 공중을 수놓았다. 막대에 오키드를 고정시켜 사방으로 뻗어나가도록 입체감 있게 만든 샹들리에부터 삼각형 콘(cone) 모양으로 만든 샹들리에 나뭇가지를 타고 주렁주렁 매달리 샹들리에까지 그 전략 또한 다양하다. 핑크빛 붉은빛 오렌지빛 등 화려한 색부터 순백색까지 그 얼굴색 또한 다채롭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것은 사람마저 집어삼킬 듯한 초대형 샹들리에. 관람객들의 머리 위로 둥실 떠 있는 대형 꽃 샹들리에를 밑에서 위로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샹들리에 중앙은 뚫려있어 꽃무더기 사이로 비치는 유리와 그 밖 하늘 또한 감상할 수 있다. 겨울뿐 아니라 사람까지 압도하는 오키드꽃의 스케일이 남다르다.

전시정보

기간: 2월 28일부터 4월 19일까지

장소: 뉴욕식물원(New York Botanical Garden)

입장료: 올-가든 패스(All-Garden Pass) 성인 기준 주중 20달러 주말 25달러. 65세 이상 시니어와 학생은 주중 18달러 주말 22달러. 마스터카드 소지자는 10% 할인.

운영 시간: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는 방법: 그랜드센트럴역에서 메트로노스 할렘 로컬 라인을 타고 보태니컬가든(Botanical Garden) 역에서 내리면 된다. 운전할 경우 내비게이션에 '2900 Southern Blvd. Bronx NY 10458'을 입력 주차비 주중 $12 주말 $15.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