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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누구를 위한 조기유학인가?

최 덕 희 / 아이사랑 선교회 대표

14세의 M군이 40세의 한인여성 박씨를 뉴욕시 아동보호국인 ACS에 고발했다. 2010년 1월에 누나인 M양과 유학을 와서부터 박씨의 집에 같이 살면서 학교가 파한 후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종종 청소 빨래 등을 해 왔고 누나인 M양은 거의 매일 밤 박씨의 손과 발을 마사지하고 매니큐어를 발라주다 마음에 안 들면 손톱깎기로 긁히고 폭행도 당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등교를 못하게 막고 집안일을 시킨 적도 있고 M양이 14세가 되자 퀸즈 일대 상점에서 일을 시키고 임금을 가로채 왔다.

박씨는 남매의 여권을 압수하고 6년간 남매가 한국의 부모와 전화통화를 못하게 하고 외부접촉을 철저히 차단했다고 했다. 박씨는 자식이 없는가?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짓을…. 그런데 이 대목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어떻게 무슨 사정이 있기에 부모가 자식들과의 대화 단절된 상태로 6년간이나 지냈다는 건지…. 그 나이의 어린 자녀라면 6년이 아니라 6일만 연락이 안 돼도 무슨 일이 생겼나 전전긍긍할 텐데. 6개월 정도 직접 통화를 못하면 인터폴에 의뢰하던가 밀입국을 해서라도 자식 찾으러 간다고 해야 정상 아닌가? 남매도 그렇다. 그 나이면 아무리 감시가 심해도 학교에 가 있는 동안 교사나 친구들에게 부탁해서라도 외부나 집에 연락해서 자신들의 처지를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어떤 피치 못할 사정들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뭔가 석연찮은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얼마 전 동물농장에서 늑대 이슬왕후의 스토리를 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것이다. 늑대 사회에서는 제1인자의 아내는 단 하나뿐이다. 출산도 왕후밖에 할 수가 없고 새끼는 전체 암컷들이 공동으로 양육한다. 왕후의 권세는 대단하다. 그런데 이슬왕후가 언제부턴가 무리에게 왕따를 당하고 먹이조차 먹을 수 없게 돼 굴 밖에 나오면 암컷들이 집단으로 공격하여 무차별 폭행당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거기에는 그들 세계만의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천재지변으로 새끼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사람들이 데려다 돌보았고 늑대들은 이슬왕후가 새끼를 지키지 못한 벌로 응징을 하는 것이다. 그녀는 밤마다 무리를 피해 새끼들을 찾아 헤메었고 동물농장 제작진들은 그녀를 새끼들과 같이 지내게 해 주었다. 이미 다 큰 새끼들이지만 먹이를 씹어서 먹이고 핥아주는 등 어렸을 때 못해 준 엄마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이슬왕후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꼬리를 내리고 비실거리며 굴 속으로 숨던 그녀가 머리를 세우고 위풍당당하던 그 전의 자세로 괴롭히는 무리들에게서 먹이를 사수하는 것이다. 아! 겨우 찾은 자식들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 눈물겨운 모성애여!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감동을 받을 때가 있다. 그렇게 귀한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들은 못하는 조기유학까지 보냈을 텐데 긴긴 눈물겨운 시간들을 지켜내지 못한 남매의 부모는 그 어떤 혹독한 세월을 견뎌내야만 했을지. 박씨는 기소되었으나 묵비권을 행사하고 그의 변호사 측은 모든 기소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남매는 현재 학교 관계자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으며 한국의 부모가 와서 인계받을 것으로 보도되었다. 참으로 입맛 씁쓸한 사건이다.

누구를 위한 조기유학인가? 진정 자식을 위한 것은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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