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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설렘에서 벅참으로

정명숙 / 시인
정명숙 / 시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2/17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8/02/16 21:36

여행이란 생의 밀주를 담기 위한 준비과정이 아닐까. 비행기 탈 때의 설렘과 내릴 때의 벅참! 출발 전에 갖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의 충만함! 하얀 화선지가 가득 채워진 느낌! 글로 그림으로 인터넷으로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경외감이 내 몸의 세포 모든 구석구석까지 돌고 돈다. 결국에는 몸 속에 녹아들어 나만의 밀주로 숙성 발효되어 피부 속에 살고 있다가 필요한 때 언제든지 꺼내 음미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루살이는 누구나 하루만 살다가 죽는다고 믿는다. 사람도 자기가 살아온 생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는다. 세상은 넓어 갈 곳도 많지만 우리에게 시간은 제한되어있다. 이번에 지구의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 다녀왔다. 그곳은 계절상으로 여기와 정반대인 한 여름이다. 거리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상점마다 붙어 있는 홀리데이 세일 문구가 강렬한 태양 볕에 바래가고 있었다. 특히 그곳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천해절경의 해변으로 둘러 쌓여있어 바다와 수영복과 크리스마스는 생경했다.

뉴질랜드는 항구를 중심으로 대도시가 형성돼 있고 시가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야산과 방목장으로 양, 젖소, 사슴농장이 눈에 많이 띠었고 키위가 포도나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인구의 대부분은 유럽계 백인이 주를 이룬다. 가장 큰 소수민족은 원주민인 마오리족이며 이어 아시안, 태평양 제도인 순이다. 영어와 마오리어가 공용으로 쓰이고 문화는 대부분 마오리족과 초기 유럽 정착민들에서 시작됐다. 1840년 마오리족은 영국에게 통치권을 양보하면서 이후 유럽 이민자가 급속히 확산됐다. 최근에 마오리족의 문화, 즉 조각, 공예, 문신 등의 전통예술이 조명을 받는데 이는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유럽문화와는 달리 마오리족만의 독창성은 뉴질랜드에서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유럽과 마오리족의 혼합된 뉴질랜드 문화는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고 태평양과 아시안의 이민을 증가시켰다.

뉴질랜드의 다양한 문화와 자연풍경은 많은 해상 스포츠와 영화산업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아직도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과 하늘아래 펼쳐진 지상의 파라다이스를 연상시키는 자연의 신비로 가득한 곳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푸른 초원,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화산폭발로 인해 빚어진 기이한 바위와 조화를 이루는 환상의 해변, 스릴 넘치는 수상 스포츠, 바이킹과 하이킹은 그들의 일상생활이 되었다. 마오리족이 모여 사는 빌리지(Whakarewarewa Thermal Reserve)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이 마을 내에 위치한 최대의 온천지다. 'Pohutu Geyser'는 약 20분 간격으로 20~30m 높이까지 뜨거운 온천수가 분수처럼 품어 오른다. 빌리지 안의 여러 곳에서 달 분화구 지열지대(Craters of the Moon)가 있어 뜨거운 증기가 피어오르며 주위는 온통 수증기로 가득하다. 곳곳에 진흙 자체가 끓는 곳도 있으며 특히 비가 온 뒤에는 더욱 많은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그곳에서 마오리족은 모여 공동생활을 하고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와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간다. 중앙에 있는 분화구에서는 그들이 재배한 재료로 수증기를 이용한 스팀요리를 하고 자루에 옥수수를 넣어 익혀 먹는다. 대중목욕탕이 있고 3~4세대가 함께 목욕을 하며 가끔 진흙으로 전신목욕을 하기도 한다.

전통무용은 그들만의 영토를 지키기 위함인지 아주 힘차고 위엄 있고 겁주는 표정으로 관객을 흥겹게 해주었다. 세상과 두절된 그들만의 지상낙원을 영국계 백인에게 빼앗긴 채 식민지로 살다가 1947년에 독립했다. 자존심이 강한 마오리들은 1950년부터 도시로 이동한 후 그동안 그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와 희망을 찾기 위한 운동이 차츰 확산되고 있다. 어려서 책에서 배운 마오리와 대화를 나누며 웃고 그들의 전통춤을 즐기다 보니 여행의 설렘이 벅참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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