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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저작권, 약자의 역습을 준비하자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6/13 미주판 6면 기사입력 2018/06/13 08:49

장준환/변호사

로펌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몹시 다급하고 격앙된 목소리였다. 유럽 유명 축구리그를 대리하는 로펌이라고 했다. 스포츠나 유럽 국가와 관련된 케이스가 한 건도 없기에 처음에는 장난 전화가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내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리 의뢰인 중 패션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 있다. 여러 국가로의 수출을 염두에 두었기에 국제 상표 출원을 해둔 적이 있다. 한편 유럽 축구 리그 측은 중국에 진출하기로 계획하고 로고를 등록하려 했다. 이때 중국 특허청에서 기존에 등록된 로고와 비슷한 점이 많기에 법률적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등록해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유럽 축구 리그의 로고와 먼저 등록했던 우리 의뢰인의 로고가 시각적으로 비슷했던 것이다.

유럽 축구 리그 측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이용해 중국에서 패션 등의 비즈니스를 펼치려고 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뜻밖의 암초를 만난 셈이다. 상황을 파악한 유럽 축구 리그 측은 재빨리 우리 로펌에 연락해 협의를 요청했다. 그때 협상을 거쳐서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었었다.

저작권 관련 분쟁은 대기업, 국제기구, 스타 연예인과 스포츠맨 등 강자의 권리를 중소기업, 작은 조직, 개인 등이 침해하는 데서 벌어지는 경우가 잦다. 큰 조직일수록 저작권 관련 준비를 철저히 한다. 여러 국가, 여러 비즈니스에 광범위하게 등록해두는 절차를 거친다. 침해 사안이 발생했을 때 대응도 신속하고 강력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 강자가 약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제아무리 꼼꼼하게 대비하더라도 어디선가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상표 등 저작권에 있어서 실질성이 있을 때 선자 선점(first come, first serve)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약자에게 다행스러운 점이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이점을 누리는 건 아니다. 의도적으로 강자의 빈 자리를 노려 그들이 미처 등록하지 않은 상표를 선점하거나 유사한 브랜드를 등록해두는 등의 행위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스쿼팅(squatting)으로 불리는 이러한 시도는 법률적 보호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그보다는 나의 고유성과 전문성을 미리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실제로 하는 사업에서 사용하는 독창적 상표, 디자인 등을 국내는 물론 세계를 대상으로 등록해두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러면 내 것을 지키는 수세적 태도를 넘어설 수 있다. 염두에 두지 않은 곳에서 강자에게 역습을 가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기술 혁신으로 업종의 벽이 허물어지며 상상하지도 못했던 변화가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 여기저기 챙기느라 부산하고 허점이 많은 강자는 새로 생긴 빈자리를 놓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반면 약자들은 자기 고유 분야에 정통하고 행동이 민첩한 장점이 있다. 이를 활용해 자기 영역의 교두보를 쌓아야 한다. 물론 약자의 법률적 포지션이 불리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완벽하게 입증하고 공식적인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 강력한 도구가 선제적이고 법률적인 저작권 등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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