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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스토리] '노오력'과 '운발'

새로 나온 책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는 어찌 보면 잔인한 책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극소수 예외를 빼고) 다 노력한 사람들이지만, 노력했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거기엔 생각보다 '운발'이 작용한다는 걸, 각종 사례와 경제학적 모델로 명쾌히 보여주니 말이다. 성과에서 운의 비중 자체는 작지만, 경쟁이 치열할수록 선두 그룹에 있는 사람들의 능력과 노력은 비슷하기 때문에 운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타고난 국가.가정환경, 타고난 두뇌 또한 운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 자신 노력가인 코넬대 경제학 교수 로버트 H 프랭크가 이 책을 쓴 건, 그러니 운에 맡기고 노력하지 말자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운 없는 사람도 덜 억울하게 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그 일환으로 '누진소비세(물품세가 아닌 소득세 대체 개념)' 등을 논하기 위함이다. 구체적 제도 문제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겠지만 그의 이 말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자신의 성공에 행운이 작용했음을 알수록 다른 이들에게 관대해진다."

내게 이 말을 처음 해 준 사람은 또 다른 경제학자이며 나의 학부 시절 은사인 이준구 서울대 교수였다. 몇 년 전 스승의 날 찾아 뵈었을 때 선생님은 문득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사는 동네로 차별하는 사람이었어. 반 애가 떠들다 걸리면 '너 어디 사냐'고 물어봐서 가난한 동네에 산다고 대답하면 '그럴 줄 알았다'라고 하는 그런 사람이야. 그 해에 내 자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처받았고 의욕도 사라져서 성적이 많이 떨어졌어. 계속 그런 선생님만 만났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야. 그런데 6학년 때 정말 좋은 선생님, 용기를 주는 선생님을 만났어. 그때 성적이 엄청나게 뛰었지. 그리고 부모님도 계속 애를 쓰셔서 가정형편이 조금씩 나아졌고. 그 반대였다고 생각해봐. 그런 것도 다 운이 아니겠어? 어려운 형편에서 자수성가했다고 해서 그게 다 온전히 자신이 이룬 거라고 생각해선 안 돼. 거기에도 운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 그리고 그 운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해야 돼."



그 말은 스승의 날 내가 도리어 스승으로부터 받은 인생 선물이었다.


문소영 /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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