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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방송 포맷’은 저작권이 있을까?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8/08/22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8/08/21 13:07

초대형 콘테스트 TV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는 어느 나라 방송사가 판권을 소유하고 있을까? ‘아메리카’라는 이름과는 상관없이 영국의 ‘SYCOtv’가 소유주이다. 애초 이 회사가 영국 TV 방송 계획으로 기획하였는데 여러 이유로 성사되지 않자 미국 방송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 이후 영국판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가 방영되었다.

시청자와 출연자가 주 무대로 삼은 미국의 방송 프로그램 소유권을 영국 회사가 행사하게 된 데는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점이 바로 ‘방송 포맷’의 중요성이다. 방송 포맷은 한마디로 방송의 ‘구성안’이다. 특히 세세한 스크립트가 없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시리즈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변함없이 유지되는 진행 규칙, 방법, 순서 등이 필요하다. 즉 해당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을 이루는 본질적 핵심을 말한다. ‘갓 탤런트’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구성안을 갖추었기에 이를 바탕으로 미국 방송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갓 탤런트’는 한국에 구성방식이 수출되어 ‘코리아 갓 탤런트’로 제작 방송되었고, 베트남과 몽골에서도 같은 형식의 방송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 방송 구성안의 모호한 점이 있다. 방송 프로그램은 출연진, 상황, 대사, 무대, 관객 등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더욱이 구체적인 스크립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형식 그 자체로는 창의성이나 고유성이 없어 보인다.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즉 방송 구성안은 실제적인 ‘표현’이 아니라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가깝기에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방송 구성안은 명백하게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현대 저작권에서는 해당 정보의 실제 표현뿐만 아니라 정보를 배열하는 규칙과 순서, 특징 등도 창의적 표현의 한 형태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보았던 방송과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다시 접한다면 이것은 방송 구성안을 사서 제작한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NBC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여행 프로그램 ‘Better Late Than Never’는 한국의 CJ E&M으로부터 ‘꽃보다 할배’의 방송 구성안을 사들여 제작한 것이다.

방송 구성안 판매의 본격적인 출발은 퀴즈 쇼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이다. ‘셀라도(celador)’라는 영국의 프로덕션이 제작한 이 프로그램의 구성방식은 전 세계 100여 나라로 판권을 판매하며 거액의 추가 수입을 벌어들였다. 이후 영국 제작사들은 방송 구성안 수출의 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방송 포맷 수출은 단순히 무형의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방송 제작에 관한 컨설팅, PD나 작가의 진출, 방송 및 무대 장비 수출, 외주 제작 등 다양한 부가 효과를 낳는다. 국가 간의 저작권 체계가 정립되지 않았을 때 방송 구성안 베끼기가 기승을 부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력한 창작물이자 저작권 상품으로 발전하는 추세이다.

장준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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