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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12월, 다 가지 않은 달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시작도 끝도 모르는 시간이 지나갑니다. 시간은 한 번도 그친 적 없이 흐르는데 사람들이 그어놓은 시간의 경계에 12월이 도착해 있습니다. 인디언의 어느 부족 은 1년을 열 세달로 나누어 카운트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12월을 '다 가지 않은 달' 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순박하고 여유로운 그들은 나이도 우리보다 천천히 먹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 밀림의 어느 부족은 나이를 모르고 사는 부족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나이 세지 말고 살아 볼까 하지만 세월은 정직하게 젖은 신작로에 우마차 지나간 자국처럼 나이테라는 살아온 흔적들을 남깁니다.

벗은 나무에 새소리 사라지고 채마 밭도 차가운 빈 땅입니다. 향기롭던 여름, 풀잎에 맺히던 새벽 이슬방울꽃도 이제 하얀 서리꽃으로 바뀌어 피어내고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방문 유리창에도 피어있던 허연 서리꽃을 호~오 불어 손가락으로 하나씩 지우던 내 유년의 겨울…개골창에 팽팽하게 언 얼음을 밟아 쨍그렁 그 시원한 겨울을 부숴뜨리며 가던 어릴 적 그 소리도 먼 추억으로 그리운 겨울입니다.

지나 온 한 해를 돌아보며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온 가족이 한 해를 무사히 살아냈다는 것은 어찌 우리의 힘만이었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우툴두툴 거친 소나무 등을 오르던 개미가 두꺼운 벽 앞에 갈 길이 막히더라도 멈추지 않고 요리 조리 매끄러운 골을 찾아 계속 오르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지나온 세월들, 또한 살아갈 오늘을 주신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12월입니다.



다 마치지 못한 일, 계획했던 대로 성공하지 못한 일도 있습니다. 마음과 달리 서운함을 남긴 관계도 있고, 감사를 잊은 일도 많습니다. 또한, 찾아 뵈어야 할 사람도 생각나는 달입니다. 그래서 12월은 마음이 바쁘고 모두 일어나 서성이게 되는 어수선한 달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아직 '다 가지 않은 달'이 남아있다는 것은 살아 온 한 해를 정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덴마크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떠오르는 계절입니다.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다니는 도시의 어느 건물 벽에 기대어 앉아 팔지 못한 성냥을 태워 추운 몸을 데우고 그 불빛 속에서 자신의 바램을 그려보며 행복한 상상 속에서 얼어 죽고 마는 소녀의 이야기가 슬픕니다. 이 맘 때에라도 한 번 거리로 나가 아직 팔지 못한 성냥을 들고 도시의 찬바람 속을 헤매는 소녀를 만난다면 소녀가 팔지 못한 성냥을 하나라도 팔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연말 모임의 시즌입니다. 화려한 파티의 시끄러운 음악 속에 질탕한 음식으로 배불러 몸을 가누지 못하는 취한 도시의 불빛은 꺼지지 않고 화려한데…정작 구원자로 오신 아 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에 예수는 설 자리가 없어 바람 부는 찬 길에 서 있습니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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