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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피프티 피플을 읽는 재미

지난 여름 교회 지인께서 한국에 다녀오시면서 독서반 회원들에게 책을 선물 하셨다. 지긋한 연세에 참 멋쟁이시다. 무거운 책 보따리를 끄집어내어 한 권씩 주셨으니 너무도 고마웠다. 나에게는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이 돌아왔다. 안목도 있으셔 좋은 책을 고르셨다. 그 책에는 50인의 살아가는, 살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그렸다. 누구나 개성이 있고 삶의 터전이 다르고 습관이 다르다고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치밀하게 관찰하고 인터뷰하여 재미있게 기술하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삶과 그 사람 입장에 서 보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법규를 어겨 교도소에 가는 사람과 교도소에 수감되어 아픈 사람들 치료를 위해 교도소에 가는 사람도 있다. 교도소에 수감자는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소통을 위해 아프지 않으면서 아프다고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자원봉사를 그곳으로 간다. 우리가 들으면 섬뜩한 곳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죄지은 사람이나 의사나 마찬가지다.

작가는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 두고 맞추다 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있다고 한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다고 했다. 사람들도 나쁜 짓을 하여 이름이 알려질 수 있지만 유명하거나 특별하여 만인이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 힘겹게 사는 사람이나 여유롭게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 관습을 예리한 직관으로 관찰하여 읽는 독자에게 자신과 주인공을 비교하며 다른 면을 발견하여 대조해보게끔 이어진다. 우리가 겪지 못한 일들을 알아가며 알아차리는 즐거움도 있다. 냉소적이고 재치 있고 차분한 어조로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의 관찰.추억.회상 등을 솜씨 좋게 엮었다.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책을 인간이 상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했다. 다른 것들은 신체의 확장에 불과하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의 확장이고 전화는 음성의 확장이며 칼은 팔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다르다. 책은 기억의 확장이며 상상의 확장이다. 망원경과 칼과 전화는 연장으로서 쓸모가 있지만 기억이나 상상은 뜬 구름과 같아서 깨닫거나 터득하거나 하여 그 용처를 찾아내기 전에는 쓸모가 없다. 그러나 기억이 없다면 과거를 어떻게 붙잡을 수 있으며 상상이 없다면 미래를 어떻게 내다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책은 기억과 상상을 통하여 과거와 미래로 건너가는 징검돌과 같은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꿈꾸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위대한 축복의 유산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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