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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렐루서점의 요술

포르투를 다녀온 지 일주일이다. 포르투는 포르투갈에서 리스본 다음으로 두 번째 큰 도시다. 중세에도 번성했던 포르투는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오래된 도시로,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뒤에 '갈'자만 붙이면 포르투갈이 되는 것처럼, 포르투갈의 나라 이름이 이 포르투에서 유래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저트 와인인 '포트 와인'도 바로 이 포르투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포르투갈은 타일에 파란색으로 그리는 미술양식 아줄레주가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아줄레주 벽화로 만들어진 포르투의 상벤투(Sao Bento) 기차역이 대표로 꼽힌다. 인구 24만의 포르투에 대성당을 비롯한 성당들이 38개나 되며, 에펠의 제자가 설계했다는 루이스 다리는 반드시 걸어야 하는 장소로 권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볼거리는 아르누보 건축으로 이름난 '카페 마제스틱'과 해리포터의 출생지로 세계적 관광지가 된 '렐루서점(Livraria Lello & Irmao)'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 10곳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마제스틱 카페는 커피 한 잔이 5유로다. 로컬 카페에선 커피 한 잔이 65센트라 월급이 500~700유로인 주민들은 여기서 커피 마시는 건 꿈도 못 꾼다는데, 여행자의 허영심은 동화 속 공주처럼 예쁜 여인과 꽃과 나무가 물결치는 화려한 색상의 찬란한 아르누보 천장 장식과 벽 장식들 그 분위기 만으로도 4유로가 아깝지 않았다.



진짜 얘기하고 싶은 건 렐루서점이다. 렐루서점은 1881년에 개업한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1906년에 지어진 현재 건물이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입장료가 5유로인데 하도 줄이 길어서 50분 동안이나 기다려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점 정 가운데의 Y자 형태로 펼쳐진 빨간 색 계단이며 천정과 2층 창문의 스테인드 글래스는 오래된 나무 책장과 더불어 마치 격조 높은 예술작품 같았다. 91~93년에 포르투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던 조앤 K. 롤링이 이 서점에서 영감을 받아 해리포터를 쓸 수 있었다는 게 절로 긍정되는 감동적인 건축물이다.

내가 벽돌과 긴 송판을 이용해 책꽂이를 처음 만든 것은 미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였다. 책꽂이를 사러 가구점에 가보니 가격이 예상보다 비싸고, 더구나 책이 많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혼자 고심하다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 벽 길이에 맞는 송판을 사서 벽돌을 이용해 책꽂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후부터 벽돌과 나무판자로 만든 책꽂이는 우리 집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책이 늘면 한 칸 더 올리고, 책꽂이가 모자라면 새로 다른 벽에 그렇게 책꽂이를 만들면 된다. 무엇보다도 그런 날것의 자재들이 묘하게 어떤 가구와도 잘 어울리고, 오히려 분위기를 멋스럽고 정서적으로 만들어준다.

내 벽돌 책꽂이를 렐루서점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책꽂이도 나와 역사를 함께 한다는 점에선 렐루서점과 궤를 같이한다고 하겠다. 조앤 롤링은 렐루 서점에서 해리 포터를 창작할 영감을 얻었지만, 미국 이민의 고달픈 인생사를 품고 있는 내 책꽂이 역시 내게는 내가 쓰는 글의 영감의 원천이다.

지난 토요일, 딸들이 뉴욕의 한 유명한 아름다운 서점에서 콘서트를 했다. 나는 여행 중이라 가보지 못했지만, 다녀온 이들이 책방의 분위기와 음악이 어우러져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는지 그 감격을 하이 소프라노로 전해온다.

점점 서점이 사라져가고 e-books 이나 온라인 책방의 영역이 급팽창되는 시대에 아날로그 세대인 나는 아직도 종이로 만든 책으로 읽어야 맛이 나고, 서점에 가서 표지도 봐가며 책을 고르는 걸 좋아한다. 그래야 요술이 느껴진다. 포르투 여행은 렐루 서점만으로도 대성공이다.


이영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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