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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그 사람, 설리

그 해 겨울, 뉴욕의 날씨는 엄청 추웠다.

TV에서 Breaking News 라는 붉은 자막이 뜨면서 강물 위에 덩치 큰 항공기가 바짝 엎드려 있는 것을 보았다. 찰랑찰랑 물에 잠겨 들고 있는 비행기의 양 날개 위에 늘어선 승객들의 모습이 멀리 보였다. 저 육중한 쇳덩어리가 어떻게 물에 뜰 수 있을까? 꼭 공상영화를 찍고 있는것 같았다.

10년 전, 2009년 1월 15일은 맨해튼의 라과디아 공항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향하던 US 에어웨이즈 1549편 에어버스가 bird strike로 인해 엔진 두 개가 망가지는 바람에 허드슨강에 불시착한 날이다. 나는 그 날에 보았던 놀라움들이 다시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허드슨 강은 내가 사는 북부 뉴저지에서 가까워 자주 가는 곳이다. 이륙한지 2분만에 새떼 와의 충돌로 양쪽 엔진이 다 불능상태가 되었다는 기장의 보고를 받은 관제탑에서는 즉시 회항 하라는 지시를 한다. 그러나 기체는 추진력을 잃고 급격히 하강하고 있고 방향을 틀다가 그대로 지상으로 내리꽂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관제탑에서는 뉴저지의 바로 가까이에 있는 테터보로 공항에 길을 열어 놓는다 했지만 설리 기장은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다. "우리는 강으로 간다"라는 기장의 말에 관제사는 믿기지 않아 다시 말해 달라고 되묻는다. '강으로 착수한다' 함은 기체와 함께 탑승자 전원의 몰살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허드슨 강물 위에 내려앉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비행기를 강물에 띄운 그 사람… 체슬리 설렌버거 3세(설리).

그의 목소리는 내내 차분했지만 착수 시에 비행기의 평형을 유지하려면 그의 손의 작은 떨림도 허용할 수 없었다. 회항이나, 테터보로 공항이나 시도했다가 만약 맨해튼의 수많은 빌딩과 뉴저지의 빽빽한 주택가에 떨어지게 되면, 탑승객뿐 아니라 지상의 인명피해까지… 그는 점점 비행기의 고도가 떨어지고 있는 그 짧은 2~3분 동안 수많은 가능함과 유리함을 생각해야했다. 착수만 잘한다면, 강물은 충격을 줄여 줄 수 있으며 양쪽으로 도시가 가까워 구조가 쉬운 이점이 있었다. 착수 후, 승무원들은 신속히 승객들을 비행기 밖으로 탈출시켰고, 빨리 나오라고 고함치는 승무원들의 외침을 들으며 설리 기장은 물이 가슴 위로 차오르고 있는 비행기 안을 두 번이나 샅샅이 살피고 맨 나중에 밖으로 나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 때까지의 내 모든 인생은 그 순간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가슴 속으로 펑펑 눈물을 쏟아 냈다. 그 사고는 기장과 승무원들, 승객들, 구조원들이 각자의 책임을 신속히 처리하여 이뤄낸 미국의 위대함이었다.

책임감도, 도의심도, 수치스러움도 몰랐을까? 승객들을 배에 남겨두고 팬티바람으로 몰래 빠져나가 자신의 젖은 돈을 펴서 말리던… 세월호 선장의 추한 모습이 온 세계에 비쳐졌다.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1시간 40여 분의 구조 시간이 있었다. 물론 기본부터 다르긴했다. 세월호는 배 자체가 불법투성이었다. 구명조끼도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고 구명정도 거의 불능 상태였다. 사고에 대비한 선원들의 구조 훈련도 없었으며, 승객구조가 먼저여야 하는 책임의식은 그들의 양심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사고였다. 유가족들을 부추긴 세력들은 광화문광장을 시위장으로 어지럽혔다. 나라의 얼굴인 광화문광장은 깨끗하게 비워져야한다.

수 많은 인명의 희생은 분, 초를 다투는 현장에서의 선장과 승무원들의 비인간적인 책임의식의 부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설리가 세월호의 선장이었다면… 단 한 명도 죽게 두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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