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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인간다운 감수성과 공감 능력 갖추기

이노비는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는 음악회와 저소득층, 장애 어린이를 위한 뮤직에듀케이션, 호스피스병원 플라워 힐링 프로그램, 음악과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지난 8년간 이어오고 있다. 

[사진 이노비]

이노비는 소외된 분들을 찾아가는 음악회와 저소득층, 장애 어린이를 위한 뮤직에듀케이션, 호스피스병원 플라워 힐링 프로그램, 음악과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지난 8년간 이어오고 있다. [사진 이노비]

어제 우연히 누가 보고 있는 드라마의 대사를 듣게 되었다. 한 등장 인물이 "인간다움이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했고, 다른 인물이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는 감수성이 아닐까요"라고 대답했다.

그냥 평범한 드라마 속 대사지만 내용이 유난히 귀에 와서 쏙 박혔다.

감수성과 공감 능력.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고 관심 있는 단어들이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중요시하고,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의 덕목에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인 것 같다. 그렇다면 감수성과 공감 능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타인의 고통과 마음을 이해하고 느끼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나 간단한 일 같지만, 세상에는 이런 마음이 없는 사람들도, 마음이 있지만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비영리 단체에서의 8년

최근에 어떤 계기로 인해 비영리단체인 이노비에서 일한 지난 8년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난 뭘 배웠고 느꼈고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누가 나에게 그동안 얼마나 나은 사람이 되었냐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8년 전과 어느 정도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는 말 할 수 있다.

대학 졸업 후 비영리단체와 NGO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우연한 계기로 뉴욕에서 8년이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우연한 계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고 중.고등학교에서 공부만 하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이 다라고 생각하면서 그동안의 인생을 살아왔다.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사느냐가 삶의 목표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 이외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봉사의 필요성도 심각하게 느껴본 적이 없고 내 주변의 풍요롭고 작은 사회에 갇혀 조금만 떨어진 곳에도 소외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고 살았다. 뉴욕까지 와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퀸즈에 있는 한인 장애인 단체에서 지체장애인을 처음 만나 의사소통을 해 보았다.

그러고 보면 그 전의 인생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장애인이라는 존재가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노비에서 일하기 전에는 많은 소외된 사람들이 있는지도, 또 그 반대로 좋은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도 몰랐다.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내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재원을 남을 위해서 쓰고자 함께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 함께하는 동안 그 착한 마음이 나에게 조금은 옮겨와 나를 어쩌면 예전보다는 조금은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게 한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외된 사람의 존재 '인식'

가장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뉴욕에서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지난 8년간의 시간 동안 300회가 넘는 찾아가는 공연에 거의 모두 참여했으니 공연에서 만난 사람들만 해도 엄청난 숫자이다. 정말이지 세상엔 너무도 많은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아마 책에서, 뉴스에서, 영화에서 본 내용으로 알고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장애인센터, 호스피스병원, 양로원, 폭력피해 여성 셸터, 노숙인 보호소 등을 찾아 다니면서 세상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런 경험은 그 사람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했다.

왜 자꾸 세상의 불평등은 커지게 되는 것이며 아직도 세상엔 힘든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인가. 왜 긴 인류 노력의 역사 속에서 가난과 괴로움과 많은 사회의 아픔은 치유되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계속하게 되었다.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고 아마도 완벽한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겠지만, 제도적으로 어떻게 하면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을까에 고민하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러 제도적으로 채울 수 없는 수많은 곳은 사람의 마음이 빈틈을 꼼꼼히 채워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모두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악한 마음이 들 수 있고 악한 사람이라도 조금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누구라도 조금만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면 버린 그 조그만 틈새로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다. 그 사람들을 위해 소외된 사람들의 존재와 도움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이 내가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 말고라도 누군가 할 거라고 생각하고 남을 돕는 그 누군가가 내가 될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려면 모두가 조금씩만 더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남을 배려하며 누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첫걸음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존재를 찾아 그들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돕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그 전에, 너와 내가 다름과 같음을 동시에 인식하고 수긍하는 마음도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 같다. 피부색과 문화, 언어, 종교, 장애, 비장애 모두 다르더라도 모두 같은 '사람'이다.

슬픈 일에 마음 아파하고 고통에 괴로워하며 좋은 일에 기뻐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을 하는 등, 느끼고 표현하고 중요시하는 삶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우연한 계기로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 참 좋겠다.

이노비(www.EnoB.org)는 2006년 뉴욕에서 시작된 문화복지 NGO이다. 뉴욕 외에도 워싱턴DC 등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이노비 코리아, 중국 선전에 이노비 차이나로 활동하고 있다. 이노비는 이노베이티브 브릿지(Innovative Bridge-EnoB)의 준말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과의 다리가 되자는 모토로 시작해, 소외된 분들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메인 사업으로 현재 대략 총 500여 회의 무료 공연을 진행했다. 현재 뉴욕에서는 저소득층, 장애어린이를 위한 뮤직에듀케이션 프로그램과 호스피스병원의 환자 가족들을 위한 플라워힐링 프로그램, 음악과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재연 / 이노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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