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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짧지만 짧지 않는 삶

한때 한국에는 '9988234' 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된 적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아픈 뒤 죽었으면 한다는 의미란다.

필자의 부친은 50세를 넘기면서 종종 지관을 대동하고 문중 산을 오르내리시며 좋은 묘자리를 찾아 다니셨다. 이 모습을 불편해하는 우리들에게 "아니야, 조상들 가운데 그 누구도 회갑을 넘겨 사신 분은 없어. 나 또한 마찬가지 일거야" 하시면서 그 일을 계속하셨고 종래는 당신과 어머님을 위한 쌍봉가묘를 지으신 뒤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이주하셨다. 그 뒤 일년이 채 안 되어 67세의 어머님은 유언 한마디 없이 잠결에 돌아가셨고 5년 뒤 아버님 또한 72세에 세상을 떠나 고향 그 가묘에 안장되셨다. 얼마나 자식들을 위한 사려 깊으신 배려이며 자기완성인지 모른다고 사후 가족들은 모이면 감사해 한다.

그런데 필자는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날 어머님의 임종은커녕 장례날 조차 'Jacob Javits Center'에 신발 모델들을 전시하고 지나가는 손님들을 향해 사면 좋다고 희희낙락 했으니 천하의 불효자다.

사람이 태어나 얼마나 오래 행복하게 사느냐 하는 화두는 동서고금을 떠나 온 인류의 지극한 관심사지만 돈이나 권력으로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을 금해 본 적이 없다고 했을 정도로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솔로몬왕 조차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것이 헛되도다"라고 인생의 무상함을 탓할 정도로 노력과 힘으로 경영 안 되는 것이 인생사 아닌가 싶다. 그러니 솔로몬이 후세대를 향해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 창조주를 기억하라"고 삶의 팁을 남겼지 않았을까.



요 며칠 우리 주위에 한 사람의 의미 있는 죽음이 화제다. 41세의 짧은 인생을 살고 떠났지만 삶 전체가 남을 배려하고 섬기는 순종으로 경영되었고 선한 영향력의 숨결이 곳곳에서 연기처럼 피어 오르면서 사람의 연수의 많고 적음이 그 인생의 성적표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1978년에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시절 미국으로 이민 온 그의 인생변곡점은 2008년 아프리카 최빈국 탄자니아에서 1년 자비량 선교사역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불쌍한 영혼을 보며 그는 울었고 그들을 위해 살겠다고 하나님과 약속한다. 같은 목적으로 탄자니아에 온 자매를 맞아 결혼하였지만 두 사람은 좁은 길을 동역키로 하고 5년 기한의 인도선교를 떠난다. 둘은 인도의 한 주(州)를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그들 가운데 목회자를 세우는 등 수십 개 교회를 개척하고 수천 수만 명에게 직간접으로 복음을 전했다. 그러다 아내가 폐암으로 1년반 전 소천하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인도로, 네팔로, 탄자니아로 달려갔다.

2019년 7월 8일 그는 무엇에 이끌리기라도 한듯 7번째 탄자니아로 향했다. 사명을 다한 날 16일 저녁 페이스북에 '달려갈 길을 마쳤노라'고 마지막 글을 남긴 채 그는 현지시간 17일 새벽 5시반 심정지로 그 땅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인간적으로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그러나 장례예배에서 눈물을 보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밀알로 인해 기뻐하고 감격하며 그의 생명을 귀하게 쓰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하나님의 사람 고 최선일 목사! 그는 문자적으로 41세의 짧은 일기지만 모두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저울의 눈이 부족할 정도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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