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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맨해튼 파워

IT와 AI의 산실은 실리콘밸리이다. 천재들은 초를 다투며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는 헉헉대며 현기증에 시달린다. 과연 미국을 이끌어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파워는 어디에 있을까. 물론 백악관에서 최종 사인이 이루어지지만 비공식적인 리더는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일까.

뉴욕문화원에서 수묵화전이 있어 맨해튼에 다녀왔다. 월요일 오전이었는데도 맨해튼만이 뿜어대는 에너지는 벌써 출렁대고 있었다. 구태여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맨해튼 거리를 꽉 채운 사람들로 연출된 '인간 전시장'은 그 순간 그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의 역동감으로 살아 있는 연극무대 그 자체였다. 무질서 속의 질서, 복잡함 속의 단순함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경이로움을 이 세상 어디에서 맛 볼 수 있을까. 매분, 매초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용암처럼 흘러나와 분수처럼 흩어진다.

호모사피엔스의 폭이 이렇게 넓어도 되는 것일까. 남녀노소.인종.피부색.의상.헤어스타일을 보고 있으면 여기가 바로 예술 공연장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흐르고 섞이고 번지고 스며든다. 이 문화는 단연코 세계를 리드하고 온 세상의 부러움을 산다.

내가 수묵화를 하게 된 동기도 바로 먹이 한지에 스며들고 번지는 마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일찍이 먹색 하나로 화선지에 온 우주를 표현할 수 있다는 기막힌 비밀을 배운 나는 행운아다. 맨해튼과 수묵화는 번지고 섞이고 스며듦으로 선을 이루고 미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닮았다. 우리 삶 또한 만나고 헤어지고 번지고 스며듦으로써 관계가 이루어지고 서로 길들여지는 것이 아닐까. 삶 떠난 예술이 없고 예술 떠난 삶 또한 무의미하다.



언젠가 독일을 여행하다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집에 살고 있던 틴에이저 남매는 세계에서 제일 가보고 싶은 곳으로 뉴욕을 꼽았다. 여기 미국에서도 대학을 마친 후 다음 코스인 직장을 맨해튼에서 일해 보는 것을 동경한다. 한번은 딸아이가 뉴욕 마라톤에 당첨이 되었다. 결혼이 늦어 바로 가족을 만들 줄 알았으나 마라톤을 마칠 때까지 임신을 미루었다. 연습할 시간이 없던 딸아이는 날마다 브루클린에서 첼시까지 6개월간 출퇴근을 마라톤으로 뛰었다. 참으로 뉴요커 다운 발상이다.

아트.뮤직.영화.연극, 쇼, 음식, 드링크, 패션 그리고 쇼핑천국이 맨해튼이다. 맨해튼 면적의 6%인 센트럴파크는 빌딩 숲과 자연스럽게 대조를 이루며 뉴요커들의 휴식처이자 자존심이다.

위에 열거한 맨해튼 칭송은 보이는 겉모습 바로 물질적인 면목이다. 겉으로 표현된(express) 맨해튼 이외에도 감명(impress)을 주는 맨해튼의 정신(Spirit)은 무엇인가. 우리 이민 1세들의 꿈은 자녀교육이었다. 내 경우도 그 당시 인터넷도 없던 시대에 많은 연구를 한 후에 최고의 학군(?)으로 그레잇넥을 찾았고 정착했다. 딸아이가 결혼 후 아이를 낳고 가장 좋은 교육환경 장소를 물색하고 있을 즈음 난 당당하게 그레잇넥을 권장했다. 그녀는 "그레잇넥은 엄마가 찾은 최선이었으나 미국을 이끌어 가는 파워는 맨해튼에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을 맨해튼의 메인 스트림(main stream)에서 키우고 싶어 한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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