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하루를 열며] 생각의 무능

내가 속한 조직이 주목 받고 찬사를 받으면 나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이 조직에 속해 있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하는 일이 즐겁지도, 조직에 대한 자부심도 갖기 어렵다. 하물며, 개혁이 필요한 조직이라는 비난을 받는다면, 나는 그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것이다. 그리고 그 오명을 벗고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지 고민할 것이다. 만약, 개혁이 필요하다는 비판에도 마음이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면 나는 위험한 인간이다. 사고(think) 하지 않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대표적인 조직인 나치는 "유태인이 인류의 기생충"이라며, 유태인 말살을 계획했다. 그 당시, 나치의 장교인 아돌프 아이히만은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 즉 잡혀온 유태인을 효율적으로 처형하는 것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달리는 기차에 가스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해 내고, 실행했다.

1961년 4월, 이스라엘에서 열린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나는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한 적 없고, 내 손으로 직접 죽인 적도 없다. 그저 맡겨진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다. 나는 잘못이 없다"라고 말했다.

철학자 한나 아랜트는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것, 즉 생각의 무능이 유죄다"라고 했다. 참혹하게 죽임을 당할 유태인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은 것, 그 사실이 그를 유죄로 만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살인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는 사고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검찰은 스스로 개혁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고 있다. 국민들은 검찰의 선택적인 기소, 악의적이고 망신주기식 수사, 그리고 자신들 조직의 사람 감싸기 등 고쳐야 할 폐단이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부 언론은 조국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의 집요하고, 악의적인 압수 수색은 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고 했다. 무시무시한 11시간의 긴 압수수색과 조국 장관 딸에 관련된 학교, 학회, 지인들에 행해진 수색과 딸의 일기장 압수까지, 국민들은 검찰의 행위에 두려움을 느꼈다. 내 경우, 아무리 친한 사람이 내 집에 놀러 와도 11시간 머무는 것은 큰 부담이다. 그리고 엄마가 내 일기장을 읽었다면 한바탕 소란이 날 것이다. 하물며,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현재, 국민이 검찰이라는 조직에 대해 고마움보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검찰 개혁을 외쳤다.

오늘 또 조국 전 장관에 관해 그 어디로 압수 수색을 나가는 검사들에게 혹시 아이히만이 비판 받은 생각의 무능을 겪고 있지 않은지 묻고 싶다. 자신들의 행동이, 국민을 위해 법을 집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진 권력을 이용해, 한 개인과 그 가족을 망신 주고자 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을 죽인 후에도 아이히만은 재판에서 "나의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정국이 끝난 후에 검찰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싶다.

자신들이 충성하는 조직이 가슴 뿌듯한 조직, 찬사 받는 조직이 되길 바란다면, 지금 국민들이 무엇을 외치는지 귀 담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고(think) 해야 한다.


강인숙 / 자유기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