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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찻집 이야기

그 겨울의 찻집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 이야기가 거의 찻집을 무대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그런 절절한 이야기가 흘러간다. 마른 꽃과 이런저런 소품으로 잘 꾸민 공간에서 떨어지는 꽃잎 같은 표정의 애절한 시간이 흐르고 가을이 가고 겨울은 오고 그 겨울 속에 한 잔의 커피만 남는다. 술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 바닥에 쓴맛을 품듯이 커피의 맛도 말로 표현이 어려운 씁쓸함이 남는 맛을 갖고 있다. 두 연인은 그런 커피 맛을 즐겼을까. 그 묘한 맛이 아슬아슬한 사랑과 어울린다. 따끈한 그 맛이 살아있는 사랑을 보여주고 식어버린 커피는 죽어버린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찻집이 가지는 이야기다.

지금도 남아 있는지 궁금하지만 다방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한국의 거리에 많이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거의 지하 층에 자리했고 가끔 2층에 있기도 했지만 1층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2층 다방이면 창가에 앉아 거리를 볼 수 있으니 약속한 사람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지하 층이면 입구에 들어서는 사람을 일일이 쳐다보아야 내 약속한 사람 알아 볼 수 있다. 차 한잔 마시자며 같이 들어선 경우가 아니면 기다리는 사람 바라보는 시간은 다방이 주었던 기묘한 시간이었다. 그것도 그냥 친구나 아는 사람이 아니고 특별한 친구의 경우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딱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좋은 공간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존재다. 그래서 사람을 제한하는 그 두 가지 요인이 좋은 형태로 주어지면 보통 말해지는 행복이라는 상태에 든다. 그렇게 만들어 주는 곳이 좋은 공간이다. 좋은 공간과 좋은 시간이 함께하는 그때 그곳을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바라고 있다. 어느 때 어느 찻집의 시간이 지나고 보면 보물 같은 시공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끔 기억 속에 누구와 대수롭지 않고 그저 그런 대화를 나누던 평범했던 한 찻집에서의 시간이 문득 문득 떠올려지는 때가 있다. 무슨 차를 마셨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희미하지만 그 때의 따뜻하고 정스럽던 느낌은 딱딱해진 마음을 녹여준다.

어느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이다. 잠시 총성이 멎고 두 병사가 허둥지둥 어느 구석으로 몸을 피한다. 엄폐 엄호가 되어주는 부서진 벽 뒤에서 숨을 고르면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나누어 불을 붙인다. 길게 내뿜는 담배 연기 속에 서로를 바라보며 두 병사는 아주 잠시 휴식의 시간을 즐긴다. 바쁜 도시의 생활 속에서 찻집에서 갖는 시간은 그 장면과 많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의 소박했던 찻집이 더욱 그렇다. 지금은 전망 좋은 자리에 여러 가지 근사한 이름으로 치장한 비슷한 역할의 차 마시는 공간이 많아 조금은 호사스러운 면모를 보이지만 잠깐 소유하는 팍팍한 생활 속의 여유라는 쉼표는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차 한 잔 하지요." 이 말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이다.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듣고 싶은 말이다. 한가하게 살고 있는 사람도 듣고 싶은 말이다. 자꾸만 벽이 쌓아지고 있는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그 벽을 헐어내는 일을 할 수 있는 말이다. 오히려 벽을 더 굳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건 차를 같이 나누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요즈음은 여러 가지 차나 커피를 직접 정성 들여 만들어 즐기는 이가 많아 보기에 좋다. 좋은 공간에서 좋은 사람이 직접 만들어 따라주는 좋은 차를 마시면 이 계절에 맞는 좋은 찻집에 편안하게 들어있는 풍경이 된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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