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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일본 정부, 혼네와 다테마에

얼마 전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의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국 기자가 손을 들었고, 질문 전 소속과 이름을 밝혔다.

기자: 징용문제와 관련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을 일본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모테기: 지금 한 질문은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를 말하는 것인가.

기자: 일본에서는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모테기: 그러니까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에 관한 질문인가, 아닌가.

기자: (마지못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모테기: 한국 국회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중략)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입장에 변함은 없다.

모테기 외상의 답변은 '답정너(뻔한 답)'였지만, 그 답을 듣기까지 기자와 주고받은 문답은 도발적이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용어부터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드러낸 것이다. 자국 기자들에게도 종종 반말을 던질 만큼 거침없는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한국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혔다.

최근 한국에서 배상금을 마련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안이 나오고 있다. 일본 측은 한결같이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를 바란다"는 답변이 녹음기처럼 나온다.

다만 혼네(本音.속내)와 다테마에(建前.명분)로 구분 지어 보지 않으면 녹음기 답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제법 위반 상태 시정 요구'는 다테마에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제2의 한.일위안부 합의' 사태가 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피해자 측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합의는 무력하다는 걸 이미 학습했기 때문이다. "한국 입법부의 논의에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는 반응은 일단 한국에서의 논의과정을 주목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그런데 정작 한국 내 논의에서 피해자는 쏙 빠져있다. 문희상 의장의 제안만 해도 그렇다. 문 의장은 "피해자 측과 상의가 된 것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부 대책의 콘트롤타워는 외교부, 국무총리실, 청와대가 제각각이다. 피해자 측에서 "어느 쪽에 얘기를 해야 대화가 통할지 모르겠다"는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의 최대 패착은 피해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라는 걸 문재인 정부가 확인했다.

일단 국내에서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두르는 게 우선이다. 그다음 일본 측에 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일본으로부터 진전된 답을 듣는 것도 그렇다.


윤설영 / 한국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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