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천로역정을 통한 순례 체험

얼마 전 tvN에 차승원·유해진·배정남이 출연하는 ‘스페인 하숙 알베르게’ 편이 인기리에 방송되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새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유는 그들의 열연 속에 걷지 않는 또 다른 순례자의 낮고 겸손한 모습들이 비쳤기 때문일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시작점은 프랑스 남부 국경 마을생 장프드포로이다. 그곳을 출발하여 험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의 대장정을 대략 40일 정도의 기간 순례한다. 걷는 동안 작고 큰 마을 170개를 지나며 피곤한 순례객들은 동네마다 소재한 민박집 알베르게를 찾게 되는데 13유로라는 비교적 작은 비용으로 하루의 숙식을 해결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세계 3대 가톨릭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이는 목적지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모셔진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의 유해 때문이라고 한다. 순례객들은 배낭의 조가비 껍질로 그들이 산티아고 순례객임을 숨기지 않는데 이는 예수를 전하다 순교한 성 야고보의 유해가 배에 실려 버려졌고 700년 후 바다 건너 이베리아 반도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는데 조가비 껍질들이 시신을 보호하여 부패를 막았다는 신비함에 기인한다고 한다.



지난달 한국방문 시 옛 신앙 친구의 주선으로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님의 평생 숙원사업으로 경기도 가평에 조성한 테마파크인 ‘천로역정’ 영적 순례길을 체험하고 돌아왔다. 천로역정(Pilgrim‘s Progress)은 영국의 존 번연(John Bunyan·1628~1688)이 복음을 전하다 체포되어 12년간 감옥살이를 하면서 받은 영감을 쓴 책으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기독교 고전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책꽂이 장식용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읽기가 쉽지 않은 도서다.



천로역정이 우리말로 번역된 시점은 1895년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에 의해서이고 아울러 당시 최고 화백 김중근을 통해 그림과 글로 각색된 화보를 내놓으면서 대중화되었다. 김중근은 이 일을 통해 기독교인이 되었고 연이어 길선주 목사의 회심, 부흥사 이성범 목사를 탄생시키는 등 화보는 한국 초대교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이동원 목사는 설명하고 있다.



천로역정 테마파크는 멸망의 도시를 떠나 십자가 언덕,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기쁨의 산, 뿔라의 땅을 거쳐 천성까지 이르는 5개 주제 39개 역정 0.9km 거리로 조성되었고, 순례방법은 각 조가 15분 간격으로 인도자의 설명을 들으며 1시간 30분을 회개, 기도, 찬송, 감격 속에 걷는 환상의 올레길이다. 각 역정에는 청동으로 만든 사람 및 동물을 의미 있게 형상화한 조형물 성곽, 감옥, 십자가 언덕, 교회, 분수가 있는 성 만찬장 등이 현실감 있게 잘 구비되어 있다.



테마파크의 종착지는 천성이다. 마지막 관문인 37번째 죽음의 강에서 힘에 겨운 크리스천의 발이 빠지지만, 하나님은 구원의 천사를 보내 그를 건지신 뒤 마지막 39번째 영광의 천성에 입성시키므로 순례행진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때 오늘 처음 만난 우리 순례객들조차 서로 얼싸안고 구원의 감격을 노래한다. 아! 다시 한번 그 감격에 참여하고 싶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