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그 철탑이 하는 일
철탑 사이로 구멍을 뚫고 지나는녹슨 바람 소리들린다 무엇을 보아왔을까
보이지 않는 권리가 훑고 가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과 공간의 거리가 한 자리에 있어야 하는
부동의 현실에서 허용된 바람의 뭉치는 그리고
철탑의 옆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의 무게는
얼마일까 어림이라도 짐작해 본 눈은 있었을까
누구의 수고 / 표피의 흔적이 그것이라면
상처의 두께만큼이나 몹시 추운 날
열이 오르는 눈도 쌓였겠다
들썩이는 바람을 잠재우느라 그 바람 다시
일깨우느라 울퉁불퉁한 돌들 굴리고 다듬어
놓일 자리 찾는 순간들로부터
허름한 빌딩의 유리창에 별이 그려지고
허기진 배가 시간을 채우며
아직 먼지를 닦아 내는 이 순간까지
그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 그 철탑 아래는
정중한 세상의 눈이 있고 가는 길이 있다
길을 찾으면 가속이 붙고 걸쩍지근한 것들이
속물로 차면 가던 길도 게을러 안내판도 무시된다
깔끔한 철탑의 긴 시간은
서 있어도 쉼 없어
끝까지 잡아당기는 제 길을 가고 있다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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