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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새똥이 내 눈에 들어갔다

평생 처음

내 눈을 새똥으로 맑게 씻었다

이제야 보고 싶었으나



보지 않아도 되는

인간의 풍경을 보지 않게 되었다

고맙다

정호승 ‘당신을 찾아서’

얼마나 세상사가 부박하고 싫었으면 ‘인간의 풍경을 보지 않게 되어 고맙다’고 했을까. 정호승 시인의 새 시집 ‘당신을 찾아서’ 중 ‘새똥’이다. 시인은 또 다른 ‘새똥’이라는 시에서는 “길을 가다가/ 길바닥에 새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그래도 마음이 놓인다/ 인간의 길에도/새들이 똥을 누는 아름다운 길이 있어/ 그 길을 걸어감으로써/ 나는 오늘도 인간으로서 아름답다”고 썼다. 새똥보다 맑지도, 아름답지도 못한 인간사에 대한 지독한 염증. 그러나 시인은 그 안에서도 종교적 영성에 기대어 답을 찾는다. 그리고 “다행이다/ 내 가슴에 한이 맺히는 게 아니라/ 이슬이 맺혀서 다행이다 (…) 감사하다/ 내 가슴에 분이 맺히는 게 아니라/이슬이 맺혀서 감사하다”(‘이슬이 맺히는 사람’)고 썼다.

시인은 “불가해한 인간과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 즉 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쓰인 시집”이라며 “시집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을 내내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해소에서의 고해성사 같은 시편들”이라고 문태준 시인이 추천사를 썼다.


양성희 / 한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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