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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인생은 나그네길

이용해 / 수필가
이용해 / 수필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0/01/24 미주판 19면 기사입력 2020/01/23 16:42

차를 타고 가면서 콤팩트에 있는 옛날 CD를 넣고 음악을 틀었습니다. 귀에 익은 구수한 목소리로 최희준 씨의 노래가 들립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엔/ 정이란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엔/ 정이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잘은 모르지만, 그가 서울대학교 법과 대학생일 때 대학 예술제에 노래를 불러 인기가 있어 가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노래는 고음으로 소리를 빽 빽 지르는 노래가 아니라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저음의 구수한 노래로 우리를 편안하게 합니다.

저의 친구 목사님이 시카고에서 목회했습니다. 그는 박학다식하고 도인이라고 불릴 만큼 생각이 깊은 친구였습니다. 그의 설교는 심오하고 날카롭고 뜨거웠습니다. 어느 금요일 가정 예배를 보는 날, 그는 교인들을 다방 비슷한 곳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는 주인에게 이 노래를 틀어 달라고 하고 모두 눈을 감고 이 노래를 듣자고 했습니다. 한두 번쯤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 노래를 묵상하면서 나의 인생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자”고 하고 “오늘의 설교는 이 노래로 마칩니다”라고 하여 교인들이 멘붕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준 교인은 “우리가 그날 이 노래를 듣고 눈을 감고 생각하면서 많은 것은 느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정말 인생은 나그네길입니다.

요새 친구들이 보내주는 카톡의 좋은 말 중에 이런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온 것도 없고 내가 가지고 갈 것도 없는 나그네길. 내가 꼭 이날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꼭 대한민국 평양시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이 세상에 태어나니 많은 승객이 벌써 나와 같은 나그네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인사도 없이 다른 길로 가버리고 새로운 벗을 만나고 또 그 벗도 가버리고 우리는 구름이 흘러가듯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바람이 불고 어떤 날은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 날도 있었고 힘이든 날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면서 우리는 사람의 의미를 붙이고 목적을 설명하고 인생의 목적을 논합니다.

며칠 전 같은 교회의 친한 장로님이 별세하셨습니다. 공과대학을 나오고 보잉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은퇴를 한 엘리트였습니다. 아주 건강하고 유머가 있고 책을 많이 읽어 그와 같이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분이었습니다. 한 3주 전 전화가 왔습니다. “길을 걷다가 넘어져 다리를 좀 다쳤어요. 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백혈병이라네요. 또 많이 진행되어서 얼마 못 산다네요” 하고 헛웃음을 웃었습니다. 그전에는 “백 살살아가지고 돼?”라고 하며 웃으시던 분입니다.

김산용 씨는 그의 시에서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로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의 노래는 공으로 들으시오/ 강냉이가 익거들랑/ 와서 자셔도 좋소/ 왜 사느냐면/ 웃지요’라고 우리의 삶을 설명하러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교회에서는 우리를 창세 전부터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려고 우리가 삶을 끌어나간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최희준처럼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를 나지막하게 부르며 하늘의 뭉게구름을 쳐다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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