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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개나리 예찬

개나리는 나리인가요? 나리꽃과 개나리는 서로 관계가 있는 꽃입니다. 언어의 측면에서 봐도 나리가 공통적이니 당연히 관계가 있습니다. 나리는 ‘백합(百合)’의 순우리말입니다. 일본어에서는 유리라고 하여 우리말과 같은 어원으로 보기도 합니다. 나리도 다양한 색이 있겠지만, 우리가 주로 기억하는 나리는 노란색이 아닐까 합니다. 같은 꽃이어도 백합이라고 하면 흰색이 먼저 생각이 나는데 말입니다. 백합의 한자를 흰 백으로 잘못 생각해서 오해를 한 것일까요? 인터넷에서 나리꽃을 찾으니 노란 꽃이 나옵니다. 백합은 흰 꽃이 나오네요. 우리에게 나리와 개나리는 둘 다 노란색이 선명한 꽃입니다. 개나리가 봄의 전령사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노란빛 때문이 아닐까요?

개나리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개’가 붙으면 주로 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살구’가 대표적입니다. ‘개떡’도 마찬가지죠. 요즘에는 개떡이 오히려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래도 개떡은 좋은 떡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개’의 공통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개나리는 나리와 비슷한데 좋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추론이 좀 어려운 것은 옛말에서는 개나리가 원래 백합의 의미였다는 것입니다. 즉, 그렇다면 개나리 자체에는 좋지 않은 의미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편 개를 ‘물가’로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개울, 개천’의 ‘개’와 어원이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나리와 형태가 비슷한 어휘로 ‘개구리’가 있습니다. 개구리의 경우, 어원 탐구가 좀 어렵습니다. ‘개굴’이라는 개구리 소리에 ‘-이’가 붙은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고 설명도 간단합니다. 하지만 개구리를 예전에 ‘머구리’라고 했다는 점에서 ‘개’와 ‘구리’를 따로 분리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개구리밥을 ‘머구리밥’이라고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물 이름에 의외로 ‘구리’가 많이 들어갑니다. 육해공(陸海空)에 모두 구리가 있습니다. 땅에는 너구리, 하늘에는 딱따구리, 물에는 미꾸리(미꾸라지)가 있습니다. 벌레에는 ‘말똥구리, 쇠똥구리’도 나타납니다. 따라서 개구리도 물가엔 있는 구리라고 보는 게 일관성 있는 접근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개나리도 물가에 있는 나리꽃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나리 중에는 ‘미꾸리’와 마찬가지로 물속에 있는 ‘미나리’가 있습니다. ‘미’가 물이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물속의 나리’로 분석이 가능합니다. 미나리에도 꽃이 피는데, 나리꽃이나 개나리꽃과는 좀 다릅니다. 그런데 미나리아재비라는 꽃은 들에서 노랗게 핀 것이 나리와 닮아 있습니다. 미나리와 개나리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미나리아재비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봄의 시작은 아무래도 개나리가 아닐까 합니다. 봄에 핀 개나리는 한 송이가 아니라 길가에 잇달아 모여 있을 때 더 아름답습니다. 더 밝아집니다. 빛이 납니다. 아직 추운 한기가 남아있을 때 노란 빛으로 위로를 합니다. 눈부신 빛입니다. 개나리가 줄지어 핀 곳에 진달래라도 섞여 있으면 그 조화로움에 말을 잃을 정도입니다. 진달래 빛이 개나리의 밝음을 때로 머금습니다.

저는 최근에 서울의 북악 스카이웨이를 갈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계절의 변화를 만납니다. 북악 스카이웨이에 한겨울 풍경은 참으로 쓸쓸했습니다. 봄이 오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온통 우울한 풍경 속에서도 하나둘 꽃이 피었습니다. 앙상한 가지일 때는 몰랐는데, 길가를 따라 한가득 개나리네요. 드문드문 진달래도 보이는 개나리 여행길입니다. 예전에 자동차 드라이브 길로 명성이 높았던 북악 스카이웨이는 여전합니다. 성북동, 삼청동, 부암동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모습을 만납니다. 그곳에 봄이 왔습니다. 개나리가 한창입니다. 제 마음도 개나리 따라 밝게 피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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