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불시에 하얀

불시에 하얀 재로 돌아왔다

이름표를 달고



믿어야 하나



믿어야 한다

믿기로 한다



숨을 헐떡이며 응급실행 한 달 전이다

역병은 가족도 장례도

슬픔도 절망도

하얗게 증발시킨다



무로 태어나서 무로 간다

하얗게 태어나서 하얗게 간다



산다는 것은 색을 입히는 과정

노랑으로 옹알이하고

분홍 파랑으로 색색거리다

빨강을 피운다

기쁨과 슬픔

환희와 노여움 속을

몇천번 만번 진동하다가

자줏빛으로 번지다가

청회색으로 사그라지는



입술 없이 하는 말들이

하늘에 머문다



진한 기억들이 서서히 시들어가고

그에 대한

기억의 온도가 식어갈 때쯤

이 생은 막을 내린다


정명숙 / 시인·롱아일랜드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