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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공부하는 이유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니?”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한 번쯤은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는, 부모는 원하는 만큼 아이가 학업에 성실하지 않아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거나 해왔던 이러한 얘기들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 보면, 이는 한국의 교육 제도와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 및 방향이 옳지 못함을 깨닫게 한다.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듯,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학생들은 공부를 잘한다. 그런데, 그들은 왜 공부를 하는가? 한국 사회의 교육열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독려-때로는 강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공부하고자 하는 ‘동기’는 어디에 있는가?

심리학자들이 연구하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동기가 있다. ‘이기적 동기(egoistic motivation)’와 ‘이타적 동기(altruistic motivation)’가 그것이다. ‘이기적 동기’란 자신의 행복과 번영을 추구하려는 욕구에 기반한 동기이며, ‘이타적 동기’란 타인의 행복과 번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구에 기반한 동기이다. 후자는 또한 타인의 생각, 행동, 감정 및 경험에 공감하는 능력을 기본으로 계발된다.

그렇다면, 타인의 심리적 욕구에 공감하는 능력과 이타적 동기가 갖는 가치는 무엇인가? 연구에 따르면, 이타적 동기는 학습 욕구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성취동기(achievement motivation)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학업 수행 능력 및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성취도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주목할 것은 자아존중감, 학업 수행 능력, 내적 통제력,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이 이타성(altruism) 및 친 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을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이타성 및 친 사회적 행동을 개인의 성격적인 차이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교육 및 훈련의 효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다. 성격적으로 이타성을 많이 겸비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성장 배경, 교육 환경 그리고 교육 경험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한국 교육과 미국 교육의 큰 차이점 중에, 학생들이 공부하는 이유와 학습 동기의 차이가 있다. 한국의 교육열-특히 좋은 대학 진학 및 편안한 삶을 목표로 하는-의 근본적인 이유로 이기적 동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반면, 미국의 대학 교육을 포함한 고등 교육의 근본 정서는 이타적 동기를 바탕으로 한다. 즉, 학업과 학위를 통해서 그들 자신보다 어렵거나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욕구와 목표가 깔렸다. 물론, 개인차를 무시하는 지나친 일반화는 옳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정서를 말하고자 함이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경험하기보다 혼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기기를 통해 소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갈수록 메말라 가는 아이들의 정서와 그들을 위한 사회성 발달 교육의 부재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그래서 더욱, 이타적 동기가 아닌 이기적 동기가 지배적인 학업의 목표로 자리잡힌 한국의 변하지 않는 교육 환경이 안타깝다. “공부해서 남 주니?”가 아니라 “공부해서 남 주자!”가 한국 교육의 모토가 되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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