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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빛이 스며들게

가을비가 내린다. 반갑지 않다. 잎들은 힘없이 떨어지고 종일 우울하다. 지금 뉴욕은 전염병으로 어수선하다. 마치 슬프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듯하다. 겨우 야외에 탁자들을 설치해 버텨오던 식당들도 추위와 전염병의 재확산 소식에 걱정들이 많다고 한다. 한인들의 주종업인 네일 가게.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아져서 직장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일하는 분들도 줄어든 시간 때문에 당혹해 한다.

다들 힘들다. 이야기 나눌 곳도 마땅하지 않아 카톡으로 전달하는 글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서로의 진심을 알 수 없어 갑갑하기만 하다.. 자신의 영욕을 채우는데 급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추한 거짓과 무관심 속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아직 두 달도 남지 않은 임기를 온전히 자신의 잘못된 정책을 합리화시키는 데 다 소비하려 한다. 심각해진 상황을 그대로 물려받을 새로운 정부가 걱정이다. 전염병이 기하급수로 퍼져 나가고 1월 20일 이후에 시작한다면 너무 늦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끼친다. 어차피 대선에서 패배하였으니 엿이나 드시라는 추악한 생각을 트럼프 행정부는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늘어나고, 수입은 한정되고, 정부의 부양책은 정치인들의 다툼 속에서 토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집세를 못 내는 사람들은 내년 초부터 강제 퇴거를 당할 것이다.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 새로운 정부가 발현되기 전까지 수많은 생명을 잃을 것이며 수많은 사람은 절망에 빠질 것이다. 나도 소수민족의 일원이니까 염려가 앞선다. 무려 7000만 명이란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이 대책 없이 사악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를 뽑았다는 사실이다. 가난하고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많은 백인의 무지하다면 무지할 수 있는 맹목적 신임에 문득 겁이 난다.

그들은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노동력을 싸게 제공하는 중국 때문에 경제가 나빠진다고 굳게 믿어 자신들의 인종차별을 합리화시키는 무리도 있다. 2차대전 때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강제 감금의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시안들은 다 똑같다는 무지,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문제가 누구 탓일까 생각하는 과정에서 그 원망의 화살이 아시아인들을 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미움과 분열과 인종차별과 더러운 탐욕을 다 뭉뚱그려 놓으면 지금의 혼란스러운 코로나 상황이 된다. 어두움도 밝음도 구별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지금, 장자에 의하면 혼돈이 안타까워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주었더니 죽음에 달하였다고 한다.



인생에서 애매모호함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며 어두움과 밝음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우리가 취할 삶의 자세이다. 잘못된 역사의 되풀이가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 근거 없고 무지한 인종차별의 어리석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세상의 빛이 되라는 말대로, 우리는 빛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두움을 밝히는 가난하지만 정의롭고 사랑 가득한 빛이 스며들게 우리 모두 애쓰자. 사회의 정의를 세우려는 마음은 작고 보잘것없을 수 있다.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삶은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삶은 감사할 일로 가득하다. 모두가 건강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추수감사절 목요일, 이 글을 쓴다.


고성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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