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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여는 새 학기

늘 그렇듯 여름방학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고, 어김없이 새 학기는 시작됐다. 지난해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벌써 6개월을 훌쩍 넘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2020~2021년도 학사 일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더 큰 염려는 변경된 계획들조차도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에 있다.

급격한 변화의 진통 속에 어렵게 시작된 새 학기, 그리고 향후 몇 달 동안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가운데 정신없이 바쁘게 보낸 첫 주였다.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동요하기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애쓰며,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소망을 갖게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한 시간이었다. 꿈에 그리던 대학 생활에 그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들에게는 더욱 격려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Feeling overwhelmed…’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로부터 지난주 내내 많이 들었던 표현이다. ‘감당하기 벅차다, 너무 할 일이 많아서 마음이 무겁다’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동시에, 이 말 속에 깊이 깔린 불안의 정서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번 학기를 과연 잘 마칠 수 있겠는가…’ 불안과 염려로 가득한 아이들의 심정을 헤아려 주고, 그들이 안정감을 찾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불안의 문제는 우리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정도와 빈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모든 사람에게 일정 수준의 불안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생 중 일부는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삶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며, 다소 긍정적인 것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느끼는 불안의 정도가 혼자서 이겨내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심리 상담 센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아이들도 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불안(anxiety)은 ‘긴장감과 걱정스러운 생각으로 마음이 불편한 상태,’ 그리고 지나칠 경우, 다양한 정신적 질환의 핵심 증상으로 간주한다. 또한, 어떤 특정 대상보다는 가깝거나 혹은 먼 미래의 불확실성(uncertainty)과 관련이 깊다. 불안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으며, 최근 임상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불안증을 호소하는 사람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다.

이 같은 심리학적 관점과는 달리, 19세기를 지배했던 철학자이며 신학자였던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철학자였지만 인간의 정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성찰했는데, 불안을 유익하고도 긍정적 효과를 낳는 마음의 상태로 이해했다. “불안을 학습한 사람은 가능성을 학습한 것이다(He who is educated by anxiety is educated by possibility).” 그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불안을 가능성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철학자의 혜안이 사뭇 고무적이어서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그래,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원인은 가능성이 주어졌기 때문이며, 이를 학습한 후에는 우리 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에 대해 한층 발전된 해석을 할 수 있으리라. 내가 만나는 학생마다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인간의 실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42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한 철학자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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