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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두 개의 써클

지난 토요일 뉴저지 초대교회 주관, “팬데믹 시대 우리 가정: 슬기로운 감정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줌 세미나를 하게 되었다. 질의응답 빼고, 내게 주어진 강의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됐는데도, 미처 나누지 못한 것이 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내가 상담할 때 자주 쓰는 Circle of Control이라는 것이다.

백지에 큰 원을 하나 그리고, 그 안에 작은 원을 하나 더 그려서 두 개의 써클을 만든다. 바깥 원에는 “Things I Can not Control”이라고 제목을 붙여서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문제들을 적는다. 그리고 안에 있는 원에는 “Things I Can Control”이라고 쓰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보게 한 후, 문제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우리에겐 단 두 가지 일들이 있을 뿐이다.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일들과 통제할 수 없는 일. 그래서 라인홀드니버는 그 유명한 평안을 위한 기도에서 “오 하나님 제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화를 주시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십시오”라고 했다.

한 3년 전 내담자들에게 이 써클 오브컨트롤을 소개하면서, 먼저 나의 써클을 만들어보았다. 바깥 원에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개인적 상황들을 적었다. 7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것과 이후의 힘든 감정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높아진 나의 혈당도 거기에 적었다. 내가 좀 많이 스위트하지만 “아이고 이렇게 핏속까지 당이 높을 필요는 없는데”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 걱정이 되었다. 당시 서른네 살이었던 목사 큰아들이 아직 미혼인 것도 나한테는 심적으로 힘들었다. 물론 더 나이든 미혼 자녀들을 가지신 부모님들은 34살은 아기라고 하셨지만.



이번에는 안쪽 원에, 그렇다면 이런 상황들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보았다. 외로움 해소를 위해 사람들과 교제하기, 건강을 위해 운동과 건강한 식단, 그리고 큰아들의 결혼을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부탁하기 등이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여러 친구와 지인들과의 만남, 특히 일찍 결혼한 작은 아이 덕에 선물처럼 다가온 손녀와 손자로 인해 외로움은 많이 해소되었다. 약도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니 혈당도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예능프로에 나오는 미우새처럼 노총각이 될까 봐 걱정했던 큰아들은, 오래전 본 적 있던 예쁘고 착한 아이와 우연히 다시 연결되어 작년에 드디어 결혼했다.

‘반지의 제왕’에 보면, “반지가 자기에게 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바라면서 프로도가 말한다. “나는 그 일이 내가 사는 동안 안 일어났기를 바랐는데”라고. 그러자 간달프는, “나도 그래. 또한 우리가 모두 그러길 바라지. 그런데 이건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야.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이 주어진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이거뿐이지.”

우리 모두 사는 동안 이런 팬데믹 같은 재앙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 팬데믹이 끼치는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악영향은, 세상 그 어느 재앙에서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광범위함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느낀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을 적는 바깥 써클이 전보다 더 채워져 간다. 하지만 이럴 때,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우리의 자동 사고는 “재난화”의 패턴을 가지게 된다. 최악을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은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우리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에는 에너지를 쏟지 않아야 할 이유이다. 그래서 바깥쪽 원에 적혀있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은 철저히 무시해야 한다.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걱정하다 보면, 지쳐서 그나마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힘조차 잃게 되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상황들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안쪽 써클에 적어놓고, 그 일들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상황들이 조금씩 좋아져 있음을 알게 된다.

달라이 라마는 이런 말을 했다. “해결책이 없다면 걱정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역시 걱정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걱정은 불안을 낳고 불안은 정신건강 측면에서 만병의 근원이 된다. 바깥쪽 원에 적혀 있는,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무리 많더라도, 안쪽 원에 적혀 있는,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찾아보면 많이 있다. 걱정 대신 오늘 당장, 나의 두 개의 써클을 만들어 보자. 생각만 하지 말고, 써보자. 그리고 매일 들여다보자. 행동으로 옮기기가 쉬워진다. 어차피 인생은 매일 매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성숙을 향하여 가는 여정이 아닌가.


김선주/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전 포트리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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