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마시멜로 실험, 자기 통제 능력, 그리고 약속에 대한 신뢰

꽤 오래되었지만, 심리학자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연구가 있다. 1970년대 초에 발표된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 교수팀의 마시멜로 실험이다. 연구팀은 자기 통제(self-control) 능력 중 하나인, 만족 지연 능력(delayed gratification)이 이후 아동의 발달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가를 보고자 했다.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4세 및 5세 아이들에게 선택의 딜레마를 느끼는 상황을 제시하는데, 아이에게 한 개의 간식을 제공하며 얘기한다. “네가 이것을 곧바로 먹지 않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두 개를 받게 될 거야.”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비롯해서, 쿠키와 프레젤 등 좋아하는 종류의 간식을 선택할 수 있었고, 연구자는 20분 정도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다. 결과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기다리지 않고 원래 받았던 한 개의 간식을 먹은 아이들도 있었고, 기다렸다가 한 개 더 받아 두 개를 먹게 된 아이들도 있었다.

연구의 핵심은 이 아이들이 나중에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그리고 더 긴 시간이 흘러 이삼십 대의 성인이 되었을 때, 그들이 보인 발달적 차이에 있었다. 두 개를 받기 위해 기다렸던 아이들은 고등학생 때 치른 SAT시험 성적을 비롯한 전반적 인지 능력에서 기다리지 못했던 아이들보다 우수했다.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비만이 될 확률이 적었으며 높은 자존감을 소유했고, 보다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이렇다.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기 보다 더 큰 보상을 얻기 위해 기다릴 줄 아는 능력-자기 통제 능력-이 인생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가져온 영향력은 심리학계뿐 아니라 교육학계에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런데, 이 연구는 한가지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이 스탠포드 대학이 운영하는 프리스쿨에 다니는 이 대학의 교수들 및 대학원생들의 자녀였다는 점이다. 즉, 아이들은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부모의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배경으로 자라는 아이들의 경우, 자기 통제 능력이 이후의 발달 및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최근에 발표된 다양한 사회 계층의 아이들을 포함하는 마시멜로 실험은 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만족 지연 능력보다 더 본질적인 요인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어른들과의 사이에 형성하는 신뢰감이라는 것이다. 어른이 했던 약속이 자주 깨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아이라면, 그 어른의 말을 신뢰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따라서, 기다리지 않고 마시멜로를 먹는 아이의 경우, 자기 통제 능력의 부족 때문이라기 보다 ‘지금 당장 먹지 않으면 못 먹을 수도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마시멜로 실험은 자기 통제 능력이 아닌 아이의 성장 배경, 특히 어른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한 것이며, 이것이 발달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아동 발달은 한가지 특정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생물학적 및 환경적 영향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되는 총체적 결과물이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도―을 지나친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와 인내심, 그리고 길게 볼 줄 아는 시각이 필요하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