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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전문성을 완성하는 성품

거의 일 년이다. 우리 삶을 불편하고 어렵게 하는 코로나 팬데믹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한 낙관적인 기대도 있지만, 향후 최소 수개월 이상은 지속할 듯하다.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한 해를 보내며, 방송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는 인물이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감염병 연구소의 최고 수장,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이다. 익히 알려진 그의 전문가적 품격은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

그는 세계가 공인하는 감염병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잘 알려진 표현으로, 전문가(Expert)는 전문 지식(Expertise)을 소유한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전문 지식은 흔히 사용하는 지식(knowledge)의 개념과 다르다. 전문가는 단지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또한, 전문 지식은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종류의 능력과 성품을 고려할 때, 아주 작은 부분이다. 더 중요하게는, 전문 지식의 효과적 적용에 필수적인 때와 방식에 대한 분별력 및 세상을 적응적(adaptive)이며 총체적(holistic) 관점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포함된다. 지식을 능가하는 직관력(intuition),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그리고, 성품의 미덕 또는 도덕적 탁월성도 포함하는 개념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전문가의 자질에 성품의 미덕이 포함되는 것이 의아하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전문가는 일상성이 유지되는 평온한 상황보다,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 위급 상황에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위급 상황은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때가 비일비재하다. 인간의 생명이 관련되는 문제는 어떠한가. 촌각을 다투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덕적 성품과 윤리적 민감성이 전문가의 자질에 필수적이라는 것은 자명해진다. 도덕성 및 윤리 의식이 결여된 전문가는 윤리적 의사 결정 및 실행에 있어 중대한 결격 사유를 갖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전문가 자질에 필수적인 도덕적 성품과 윤리적 민감성을 계발하는데 충분한 몫을 감당하고 있는가?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학자들이 꽤 오랫동안 이구동성으로 그 중요성을 역설해 오고 있지만, 좀처럼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지식의 체득과 올바른 성품 함양, 이 둘의 균형 있는 계발이 교육의 목표가 되고 현실적인 실행 계획이 수반되지 않는 한,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이는 비단 한국 교육의 문제만은 아니며, 미국 교육 현장에서도 지속해서우려됐다. 어려운 점은, 그 중요성에 대한 평가절하에 있다기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교육 현장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데 있다.



장기화하는 의료적 위기 상황에서 미국민들의 절대 지지를 받는 파우치 박사의 전문성이 빛을 발하는 이유를 되짚어 본다. 80세의 나이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이 백전노장을 지탱하고 있는 것… 그의 올곧은 성품과 윤리적 민감성이 아닐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책임감과 윤리 의식, 맡은바 소명을 다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감동을 자아낸다. CNN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이다. “백신의 개발과 보급을 완성하고, 이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전에 나는 결코 은퇴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전문성을 완성하는 성품의 미덕과 인류에 대한 사랑이 아름답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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