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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팬데믹 시대, 가정은 안전한가

전례 없는팬데믹의 폐해는 우리 모두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가정생활에 미친 영향도 매우 크다. 동시에, 가정의 역할이 그 어떤 단체나 기관보다 더 크게 부각되었다. 안타까운 소식은 가정의 역할이 강조되는 만큼, 가정 폭력과 같은 역기능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가족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론 중에 가족 생태 이론(Family Ecology Theory)이 있다.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생태 환경이 가족 구성원의 일상생활과 자녀들의 발달 및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생태 환경은 물리적,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변화를 포괄하는 개념이며, 가족 외부의 환경 요소들은 총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력을 발생시켜 가족 내부로 침투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가정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태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고, 이로 인한 피해는 너무 커서 정확히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전무후무한 위기 상황에서, 가족의 안전 및 안정적인 가정생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소 단위의 사회라 불리는 가정의 기능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발달심리학자로서 필자는 자녀 양육 및 보호 기능을 최우선 순위로 꼽는다. 아이들이 피부로 느끼는 학교생활의 불안감은 가정에서 부모와의 교감 및 의사소통을 통해 완화되고 긍정적인 정서로 승화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의 표현과 돌봄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가정 밖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난관에 저항해서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신체 및 정신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팬데믹 발생 이후 지난 한 해 동안 보고된 가정 폭력의 통계적인 수치가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25%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는 매우 안타깝다. 이유가 무엇일까?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학자들이 꼽는 가장 큰 원인은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는 부부간 및 부모 자녀 간의 갈등 증가로 이어졌는데, 단지 갈등의 빈도뿐 아니라 그 정도에서도악화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실업률의 증가, 가정 재정의 위기, 이어지는 경제적인 스트레스는 부모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분출되기 쉽다. 더하여, 일상생활에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누적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가정 밖의 여가 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이유의 하나로 제시된다.



문제는 장기화하는팬데믹 가운데 오랜 시간 가정 폭력에 노출되는 아이들은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가정 폭력 및 아동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이 신체, 인지, 정서 및 사회성의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릴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가정 폭력에까지 노출된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외출을 자제하고 가정에서 지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펜데믹 시대에 언론을 통해 자주 듣는 말이다. 정말 그러한가.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들이 가정 폭력에 노출되는 확률이 증가한다면, 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과연 무엇인가. 이 아이들에게는 가정이 결코 안전한 장소가 아니니 말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김현경 / 호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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