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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수평선을 물고 있는 그리움

끝내 답이 없었던 항변의 순환이

색 짙은 물결이다

아드리아 해의 해는 연안에서 뜨거워지고 바다는

그 심장으로 숨을 쉬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민족시인 프란츠 프레세렌의 눈은

죽어서도 유리아의 창을 보며 천년을 거슬러도

지금이 울컥이는 시를 쓰고



순간

내 눈은 아드리아 해의 수평선에서 길을 잃었다

잠시 그들의 목발이 되어 겨드랑이로 들어오는 숨을 짚고

멈춰선 내 귀엔 바람 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다만 디오클레시안 궁의 외곽에서 들려오는

거리의 목구멍들이 내지르는 소리가 깔깔거릴 뿐



불타는 해가 유리창을 통과하기 까지

하얗게 부셔지며 풀어 헤치는 역사 속에

"당신은 우리를 죽였지만 우리는 건재하다"

그리스도인들의 외침이 돌아온 그때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시체가 바다에 던져졌다는데

궁전의 바닥에 깔린 돌들은 말이 없고

반들거리는 발바닥에 비추는 것은

궁전 속 주인이 아닌 상인들의 주머니 속이다



애국이 무엇인지조차 안중에 없고

가족을 먹이고 지키기 위하여 몸부림치던 척박한 땅의

용병산업 그들은 죽어서 오거나 누워서 오거나

죽이고 밟히고

그들의 혼이 긋고 간 수평선은

내리 쬐는 태양 아래서도 그을리지 않고

어둠을 빼낸 빛만 총구멍에 박힌 역사를 증언 하고 있다



설움이 때릴 때도 흐르지 않던 눈물이

죽어서는 녹지 않는 그리움이구나


손정아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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