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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이것만 바뀌면 좋겠는데….

어떤 대학에서 침팬지를 상대로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을 주도한 학자는 침팬지에게 단어를 익히게 하고 침팬지가 어떻게 언어로 의사표현을 하는가를 보고자 했다. 4년 후 그 침팬지는 140여개의 단어를 외우게 되었고, 그 침팬지가 마침내 처음 한 말은 "렛미아웃(Let me out)"이었다. 침팬지는 과학자의 예상과 달리, "바나나를 먹고 싶다" "물을 마시고 싶다" 등이 아니라 자유로움에 대한 그리움을 말했다.

어떤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것도, 어떤 사람이 직장을 바꾸는 것도, 어떤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는 것도 어떤 상황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Let me out 의 몸짓이다.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가? 결혼하기 전에는 외로워서 싫고 결혼 후에는 배우자와 맞추어 살고 자식양육까지 하기가 싫고…. 성공한 남편은 너무 바쁘고 로맨틱하지 않아서 싫고, 성공 못한 남편과 사는 것은 경제적 괴로움이 커서 싫고…. 이 직장은 돈을 많이 주나 경쟁적인 분위기와 과로하기가 싫고, 저 직장은 여유는 있느나 경제적 보상이 너무 작아서 싫고…. 이 세상은 싫은 것, 괴로운 것 투성이다.

이러한 인도우화가 있다. 어떤 부자가 한번은 얇은 신을 싣고 자기 소유 언덕을 산책하다 뾰쪽한 돌에 찔려서 발을 크게 다치게 되었다. 화가 난 그 부자는 하인에게 언덕 전체를 가죽으로 깔으라고 명한다. 자기 다리를 보호하기 위해…. 옆에 있는 어린 딸이 아버지께 이야기 한다. "아빠, 그냥 가죽신 신고 다니세요."



많은 사람들의 소원은 항상 어떤 상황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이러한 사고는 바로 모든 언덕을 가죽으로 덮어놓겠다는 부자의 사고와 근원적으로 같은 것이다. 현실성이 없는….

'이것'만 바뀌면 내 인생은 펴지겠다거나 내 인생이 살맛이 나겠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남편 혹은 아내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그것'이 직장 상사 혹은 부모 혹은 경제적 여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참으로 바뀌어야 할 그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신라의 원효스님은 구도를 위해 당나라에 가길 결심했다. 백제에 가서 해변에서 중국으로 가는 배를 타기로 계획했고, 적국 백제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낮에는 숨어있다가 밤에 사람이 없는 산을 통해 걸어가는 여행이었다. 한번은 밤에 달빛에 의지해서 산길을 가는데 갑자기 구름이 끼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순식간 깜깜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리저리 더듬거리다가 가까스로 어떤 동굴 속으로 비바람을 피하게 되었고 지친 나머지 바로 잠이 들었다. 한 밤중 너무 목이 말라서 바닥을 더듬거리다가 바가지에 물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물을 마시고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동굴은 동네사람들이 시신을 버리는 장소였고, 바가지는 바로 해골이였다. 구더기가 붙어 있는 그 해골을 보고 자기가 지난 밤에 마신 물이 해골에 담긴 빗물이라는 것을 알고 갑자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한참 구역질을 후에 정신을 차리니 문득 한 생각이 났다. 어젯밤에 그 물은 그렇게 달고 상쾌했는데 아침에 본 그 물은 더러운 물이라서 구역질을 했다. 그러나 실지 같은 물이 아닌가!

문득 모든 것은 인간의 마음이 만든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바로 오도송 즉 깨달음의 노래를 했다. "한 마음이 일어날 때, 만법이 일어나고 한 마음이 사라질 때 만법이 사라진다."

불교의 진리를 한마디로 말하면 '일체유심조'이다. 불교 수행은 다름 아닌 마음수행, 마음 공부이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씀하셨다. "한 마음이 선하면 모든 선이 이에 따라 일어나고, 한 마음이 악하면 모든 악이 이에 따라 일어나나니, 그러므로 마음은 모든 선악의 근본이 되나니라." "모든 학술을 공부하되 쓰는 데에 들어가서는 끊임이 있으나, 마음 작용하는 공부를 하여 놓으면 일분 일각도 끊임이 없이 활용되나니, 그러므로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되나니라."

여름이 왔고 이제 곧 있으면 휴가철이다.

마음을 잘 씻고 밝히기 위해 기도원, 피정의 집, 불교 명상센터로 휴가를 떠나는 것이 소중하다.


유도성 / 원불교 원달마센터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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